페북·인스타 등서 '친미 선전'도 암암리에…SNS 8곳서 적발
허위계정으로 중동·중앙아 등 겨냥 '영향력 공작'
미 적대국 비판·미 시각 홍보…"파급력은 제한적"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미국의 시각을 대변하고 적대국을 깎아내리는 선전 활동이 은밀하게 이뤄지다가 뒤늦게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스탠퍼드대 인터넷 관측소(SIO)와 소셜미디어 리서치업체 그래피카는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를 발표하고 관련 SNS에 등록된 다수 허위 계정이 이같은 '영향력 공작'(influence operation)을 펼쳐 이후 삭제됐다고 밝혔다.
공작에 이용된 SNS는 메타가 모회사로 있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과 트위터, 텔레그램, 유튜브, 러시아 자체 SNS인 브콘탁테(VKontakte), 오드노클라스니키(Odnoklassniki) 등 8개다.
보고서에 따르면 문제의 계정은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을 대상으로 미국의 시각과 가치, 목표 등을 홍보하는 한편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 적대국의 이해관계는 공격하는 식으로 5년 가까이 공작을 수행했다.
관련 계정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나 뉴스 매체로 둔갑한 가짜 계정이었고, 러시아어와 아랍어, 우르두어(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쓰는 언어) 등 최소 7개 언어로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게시글에는 러시아 같은 국가가 시리아와 아프리카에서 제국주의 전쟁에 관여한다고 비판하고 미국이 중앙아시아와 이라크 등지에서 벌이는 원조 활동은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올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민간인 희생과 러시아군의 잔혹성을 비난하거나 이번 전쟁으로 중앙아시아에서 촉발된 식량 위기를 조명하고 현지의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를 응원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들 계정은 때로는 미국 정부 지원을 받는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유럽방송(RFE) 등이 낸 기사나 미군 지원을 받는 웹사이트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SNS를 활용해 해외를 대상으로 미국 이해관계를 도모하는 영향력 공작이 존재한다는 의심은 그간 있어왔지만 구체적으로 관련 기록이나 연구가 이뤄진 적은 없어 실제로 그 존재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NYT는 짚었다.
트위터나 메타 등은 자사 플랫폼에서 차단된 영향력 공작 관련 활동을 주기적으로 공개해왔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를 대상으로 한 '친미 공작'은 발표한 바 없다.
보고서는 메타와 트위터가 특정 서사를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은밀히 활동하는 계정은 불허한다는 운영정책에 따라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문제의 계정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트위터와 메타 등이 관련 계정을 삭제하고 연구 수행 목적으로 연구원 측에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뤄질 수 있었다.
메타는 자사 플랫폼상 문제의 계정 출처가 미국이라고 확인했고, 트위터도 미국과 영국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러네이 디레스타 SIO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친미 공작이 마치 중국이 사용하는 전술과 유사한 모습을 띤다고 분석했다.
디레스타 연구원은 러시아는 온라인 선전을 수행할 때 분열을 일으키려고 하지만 중국은 자국의 장밋빛 그림을 홍보하는 데 더 치중한다는 점을 들어 "(친미 선전의 목표는) 미국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얼마나 훌륭한지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문제의 게시글은 큰 반향을 얻진 못해 파급력은 제한적이었다고 보고서는적었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