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파키스탄 전 총리, 대테러법 위반 입건…정치권 갈등 고조
당국 "연설서 경찰·판사 위협"…실시간 연설 중계도 차단
여권 입지는 갈수록 축소…심각한 경제난도 지속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가 최근 집회에서 경찰과 판사를 위협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입건됐다고 22일(현지시간) 지오뉴스 등 파키스탄 언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경찰은 전날 칸 전 총리에 대해 테러 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경찰은 칸 전 총리가 지난 20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집회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칸 전 총리는 당시 집회에서 최근 자신의 측근이 체포돼 고문당했다며 이슬라마바드 경찰청장과 판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우리도 당신들에 대해 (법적) 조처를 할 것이니 이에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당신들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파키스탄 당국은 지난 20일 칸 전 총리의 실시간 연설 중계에 대해서도 '증오 연설'이라고 규정하며 금지했다.
이에 칸 전 총리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외국에서) 수입된 파시스트 정부가 내가 연설하는 도중에 TV와 유튜브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은 물론 디지털 미디어 산업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정부가 칸 전 총리에 대해 이처럼 압박을 가하면서 정치권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2018년부터 정권을 이끈 칸 전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망가진 경제 회복에 실패하고 부패 척결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아오다 지난 4월 의회의 불신임으로 퇴출당했다.
그는 이후 미국 등 외국 세력의 음모로 총리직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하며 이슬라마바드 등에서 지지자들을 이끌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그는 정권 퇴진과 조기 총선 등도 요구하고 있다. 다음 총선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 셰바즈 샤리프 신임 총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분위기다.
야권을 결집해 칸 전 총리를 불신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연정 내에 워낙 다양한 집단이 모인 탓에 결속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연정에는 셰바즈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을 비롯해 수십 년간 PML-N과 경쟁했던 파키스탄인민당(PPP), 보수 이슬람 세력, 칸 전 총리의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출신 의원, 칸 정부 연정 파트너였던 MQM-P 등 여러 세력이 포함된 상태다.
와중에 국가 경제는 여전히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키스탄 경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으로 인해 대외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면서 수렁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총 대외 채무는 1천300억달러(약 174조원)에 달하지만 중앙은행의 외화보유고는 최근 85억7천만달러(약 11조5천억원)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물가도 연일 폭등하는 중이다.
파키스탄의 7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보다 24.9% 올라,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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