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 대신 규제 혁파 선봉장…공정위, 역할 전환 예고
한기정 위원장 후보자 "규제 과감히 혁신…마음껏 기업할 수 있어야"
규제 완화 경도·공정위 역할 위축 우려도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윤석열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과감한 규제 혁파'를 강조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첫 공정위원장에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지명하며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정위가 규제 완화의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21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시장에서의 반칙 행위를 엄단하고 중소기업과 소비자의 부당한 피해를 방지하되,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후보자는 지명 다음 날인 지난 19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 경제정책의 기본 철학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데 있다"며 "이를 위해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혁신을 통해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모두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과 이를 통한 경제 성장을 강조했지만 구현하는 방법은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조 전 위원장은 후보 지명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기업집단국 신설 계획을 밝히며 강력한 대기업 규제를 예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재벌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는 경제력 집중으로 인해 공정한 경쟁이 깨졌고 경제 생태계가 왜곡됐기 때문"이라며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재확립함으로써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재벌개혁은 그 궁극적 목표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말했다.
반면 한 후보자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역동적 혁신 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경제를 복원하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혁신해서 마음껏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의 이런 입장은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윤석열 정부는 경쟁 제한적 규제 개혁, 신속한 기업 인수·합병(M&A) 심사, 합리적인 기업집단 규율을 통한 기업 부담 완화와 혁신 투자 촉진 등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 총수(동일인) 친족 범위를 축소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고,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사건을 처리할 때 처벌보다 빠른 피해 구제에 초점을 두고, 민간의 창의가 최대한 발현되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제 개혁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꼭 필요한 규제까지 힘을 잃거나 경제력의 과도한 집중을 억제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하는 공정위의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현 참여연대 팀장은 "규제가 다 나쁜 것이 아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권력관계로 인한 피해,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 필요한 규제도 있다"며 "이미 정부가 대규모의 규제 완화 목록을 뽑아놓고 있는 상황인데 공정위마저 중심을 잡기보다 규제 완화에 경도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공정위가 (동일인 친족 범위 조정으로) 대기업집단 범위를 좁히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도 자율 규제에 방점을 찍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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