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브리저튼' 팬 무단 제작 뮤지컬, 결국 소송으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넷플릭스 히트 드라마 '브리저튼'의 팬인 가수가 '팬심'으로 드라마에 영감을 받은 뮤지컬 노래를 만들고 앨범도 냈다. 이로써 무려 그래미상을 받고 유명 공연장에서 실제로 공연을 펼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넷플릭스 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회사 측의 동의를 받지 않은 '비공인 브리저튼 뮤지컬'이라는 이유에서다.
18일(현지시간) CNN 비즈니스에 따르면 이번 사달은 지난해 1월 가수 애비게일 발로가 소셜플랫폼 틱톡에 올린 동영상에서 시작했다.
그는 영상에서 "좋아. 브리저튼이 뮤지컬이라면 어떨까?"라고 묻고는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피아노 연주자 에밀리 베어와 팀을 이뤄 브리저튼에 나온 대사를 활용, 드라마와 관련한 노래를 만들고 공연하는 영상을 계속해서 올렸다.
브리저튼은 188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가 상류사회에서 겪는 일을 다룬 드라마다.
2020년 크리스마스에 시즌1이 첫 방영된 후 코로나19로 지친 시청자들의 시선을 금세 사로잡았다. 공개된 지 28일 만에 시청 가구 8천200만을 달성, '오징어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 사상 최단기간 최다시청 기록을 보유했다.
발로와 베어는 자신의 곡들을 틱톡에 올리면서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참여를 요구했고, 많은 이들이 챌린지에 나서 팬들 사이에 이들의 노래는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둘이 만든 노래는 15곡으로 불어났고, 급기야 앨범으로도 발매됐다. 놀랍게도 이 앨범은 작년 그래미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 후보에 올랐고, 더욱 놀랍게도 뮤지컬 '위키드'를 제치고 수상까지 했다.
이 둘은 여기서 더 나아갔다. 올해 7월 미국 워싱턴DC 케네디 센터에서 미국 국립교향악단과 실제로 뮤지컬 공연을 벌인 것이다. 티켓의 최고 가격은 149달러(약 19만6천원)에 달했다.
이들은 또한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도 공연할 예정이었다.
당초 넷플릭스는 이들이 틱톡에 뮤지컬 노래를 올렸을 땐 환영했다. 넷플릭스는 "틱톡에서 상영되는 브리저튼 뮤지컬에 완전히 감동했다"며 발로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는 트윗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 7월 실제 공연장에서 유료 공연에 나서자 이들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이 둘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부당이득, 상표권 침해 등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소장에서 "케네디 센터와 로열 앨버트 홀에서 예정된 공연을 진행하고 앨범도 계속 배포하고 향후 더 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라이브 공연도 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발로와 베어에게 제안했다"면서 "이들이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쓴 미국 작가 줄리아 퀸도 넷플릭스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성명에서 "이 둘이 (틱톡에서 노래 부르기를) 시작했을 때 기뻤다"며 "하지만 틱톡에서 작곡하는 것과 상업적 이득을 목적으로 녹음하고 공연하는 것은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로드웨이의 관계자들은 넷플릭스 측이 뮤지컬에서 발생할 이익의 상당 부분을 이 둘에게 양보할 의향은 있지만, 이들이 '브리저튼 뮤지컬'이라는 공연에 전면으로 나서는 것은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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