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서 불법대출 사기 29명 무더기 적발…"일부 중국과 연관"
당국 '빚더미 만들기' 사건 관련 대대적 수사…아시아계도 5명 구금
"앱 수백 개 운영하며 범행"…정부 "금융기관 외 대출 신청 금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에서 싼 이자를 미끼로 한 대출 사기를 벌이고 대출을 갚지 않은 사람들에게 불법 추심 범행을 저지른 이들이 수사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멕시코시티 치안당국은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해줄 것처럼 꼬드긴 뒤 피해자 몰래 이자를 터무니없이 부풀려 돈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29명을 구금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날 멕시코시티 건물 12곳에 대한 대대적인 강제 수사를 통해 수사 자료를 확보한 당국은 이른바 '빚더미 만들기'로 이름 붙은 이번 사건의 주요 범행 도구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라고 설명했다.
사기범들은 시중 오프라인 금융기관보다 훨씬 낮은 이자와 간편한 대출 심사를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앱을 통해 홍보한 뒤 대출을 받은 채무자에게 실제 계약 조건보다 더 높은 이자를 청구했다.
정확한 이자율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반 서민이 '지불할 수 없게 될 때까지' 올렸다고 레포르마와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채무자들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 사전 통지도 받은 바 없었던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대출 사기범들은 이어 제때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이들을 상대로 갈취와 협박을 일삼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피해자는 살해 위협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불법적인 방식으로 사생활과 관련한 데이터와 주변인 연락처를 빼낸 뒤 이를 협박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피해 사례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5천452건 접수됐는데, 피해자 70%가량은 여성이라고 현지 언론은 덧붙였다.
특히 올해 들어 피해가 급증해 지난해보다 피해 사례가 5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당 부채 금액은 1만 페소(66만원)에서 많게는 50만 페소(3천300만원)로 추산됐다.
사기범들이 범행에 사용한 앱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270여개에 이른다고 엘우니베르살은 전했다. 연관된 웹 페이지는 33개였다.
사기에는 또 콜센터가 동원됐는데, 이 중 일부는 중국과의 연관성까지 불거지고 있다.
오마르 가르시아 하르푸치 멕시코시티 치안장관은 "콜센터 직원들을 고용한 뒤 전화로 대출금 상환과 이자를 요구했다"며 "일부 콜센터의 경우 멕시코시티에 소재하면서도 중국과 연관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콜센터는 또 시날로아, 푸에블라, 할리스코, 누에보레온 등 전국에 산재해 있다고 오마르 장관은 덧붙였다.
치안당국은 구금된 이들 중에는 아시아계 5명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의 정확한 국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멕시코 정부는 시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인정된 금융기관 말고는 대출 신청을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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