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대선 패배 오딩가 "선거 결과 불복, 법정 투쟁할 것"(종합)
현지 한국대사관, 교민들 대상 안전공지 재차 발송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지난 9일 치른 케냐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야권연합 후보가 선거관리위원회(IEBC)의 최종 결과에 불복하고 법정 투쟁을 선언했다.
이번 대선에 생애 5번째로 도전장을 야당 지도자 출신 라일라 오딩가 후보는 16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대선 무효화를 주장하고 대법원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
오딩가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법무부 장관 출신의 마사 카루아 부통령 후보는 전날 현직 부통령 윌리엄 루토 후보의 당선 발표가 있고 한 시간쯤 지나 트위터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려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것임을 내비친 바 있다.
케냐 대선에서 결과에 불복하는 후보는 1주일 이내에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대법원은 신청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 선거 무효로 판결이 나면 60일 이내에 재선을 치른다.
선거 결과 발표 이후 이날 오후 최초로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오딩가 후보는 와풀라 체부카티 선관위원장이 독단으로 위원회를 이끄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KTN 등 현지 TV로 생중계된 이날 연설에서 오딩가 후보는 "어제는 체부카티와 나머지 위원들이 법을 완전히 무시했다. 위원장은 중대한 결정에 대해 독단적으로 행동하거나 선포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딩가 후보는 그러면서 7명의 선관위원이 전원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강조하고 체부카티 위원장이 독단으로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체부카티 위원장은 전날 루토 후보가 50.49%의 득표율로 오딩가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것으로 최종 발표했다.
이 발표에 앞서 부위원장 등 4명의 선관위원은 선관위 발표장과 떨어진 시내 한 호텔에 모여 집계 과정에 잘못이 있음에도 선관위원장이 이를 묵살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이날도 오딩가 후보 연설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4명의 총득표수가 총투표수를 앞서고 일부 지역구의 득표수가 산입되지 않았다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케냐에서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오딩가의 선거 결과 불복으로 이어진 유혈사태로 1천200명 이상이 숨졌다.
2017년 대선에서도 오딩가의 불복으로 법원이 선거 무효를 선언하고 재선거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수십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번 대선 결과 불복으로 또 한 번 그의 지지 기반인 수도 나이로비 일부 지역과 지방 도시 키수무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소요가 예상된다.
현지 한국대사관은 시위 발생에 따른 우려로 전날에 이어 또다시 교민들을 대상으로 안전 공지를 내보냈다.
airtech-ken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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