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한복판 속 프랑스 골프장 수난 시대
환경단체, 시멘트로 홀 막고 급수 밸브 끊어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가뭄으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프랑스에서 그린에 제한 없이 물을 쓸 수 있는 골프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폭염과 함께 찾아온 가뭄으로 송수관이 말라서 마실 물을 트럭으로 실어나르는 마을이 등장한 마당에 골프장은 필드 관리를 이유로 물 사용 제한 면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반발하는 환경단체들은 골프장 홀에 시멘트를 부어놓거나, 골프장으로 이어지는 송수관을 잠그는 등 과격한 행동에 나섰다.
기후 변화 위기에 맞서 행동하는 환경단체 '멸종 저항' 툴루즈 지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밤늦게 남부에 있는 비에유 툴루즈, 가론데세트드니에 골프장에 들어갔다.
멸종 저항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그린의 홀을 시멘트로 막고 나서 "이 홀은 하루에 27만 리터의 물을 마시는데, 당신은 그만큼 마시나요?"라고 적은 종이를 붙여놨다.
멸종 저항은 트위터에 사진들을 올리면서 "가뭄으로 농업 부문에서는 관개가 금지됐는데, 가장 특권을 누리는 이 레저 산업은 물을 독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멸종 저항에 앞서 프랑스 서부 앙제에서 활동하는 환경단체 '기후를 위한 청년'도 지난 5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골프장으로 이어지는 송수관을 막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떤 지역에서는 마실 물이 부족한데 잔디밭에 물을 주는 것은 쓸모없고 유해하다"며 골프장이 물 사용을 제한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만약 이들의 행동으로 골프장 운영에 상당한 해를 입었다면 2년 이하의 징역과 3만 유로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일간 르피가로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론 골프장을 운영하는 니콜라 아스티에는 일부 활동가들이 골프장 운영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지난 두 달 동안 물을 사용할 때 주의를 기울여왔다"고 반박했다.
아스티에는 "전체 필드에서 물을 주는 그린의 넓이는 축구장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항변하며 이들 환경단체 활동가들을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이번 가뭄이 역대 가장 심각할 수 있다고 보고 범부처 위기대응조직을 가동하고, 대부분 지방 정부에 물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세차를 하거나, 정원에 물을 주는 등 비필수적인 물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골프장은 예외로 인정받았다.
제라르 루지에 프랑스 골프 연맹 대표는 프랑스앵포와 인터뷰에서 골프장에서 급수를 제한하면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잔디밭이 없는 골프장은 얼음이 없는 아이스링크와도 같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올해 7월 강수량은 9.7㎜에 그쳐 1961년 3월 7.8㎜ 이후 가장 적었고, 기상청이 건조한 정도를 제대로 측정하기 시작한 1959년 이후 가장 건조한 7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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