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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왕이, 사드 입장차 확인한듯…한중관계 잠재적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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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왕이, 사드 입장차 확인한듯…한중관계 잠재적 뇌관
"걸림돌 되면 안된다" 공감했지만 '3불-1한' 입장차 선명
미중 전략경쟁 심화·북핵 고도화시 양국관계 전면에 등장할 수도


(칭다오 베이징=연합뉴스) 공동취재단 김효정 기자 조준형 특파원 = 한중이 9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확인함에 따라 이 문제가 향후 양국 관계의 뇌관으로 남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회담 내용에 정통한 외교부 당국자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사드 논의 내용에 대해 "기본적으로 양국 외교장관 모두 깊이 있게 각자의 사드 관련 입장을 명확하게 개진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동시에 중국 측이나 한국 측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향후 한중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는 점에 명확하게 공감했다"며 "이것이 핵심"이라고 부연했다.
사드 관련 '각자의 입장을 명확하게 개진했다'는 표현은 결국 윤석열 정부와 중국 정부 당국이 밝혀온 바를 재확인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우선 한국 정부는 시종일관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용이며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제기해왔다.
또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임시 작전배치 상태인 사드 기지를 정상화하기로 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가 밝힌 사드 3불(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음)이 양국간 합의나 약속이 아닌 입장 표명이었을 뿐임을 밝혀왔다.
반면 중국은 사드가 미국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는데 쓰는 '비수'라는 입장을 바꾼 적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새 관리가 옛 장부를 외면할 수 없다"(7월27일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며 사드 3불 유지를 요구해왔다.
박 장관과 왕 부장은 이런 입장을 상호 피력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사드 1한(限)' 즉 성주에 기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하는 문제가 양국간 이견으로 남아있다.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사드, 특히 '사드 레이더'로 불리는 X-밴드 레이더가 자국을 탐지할 수 있다는 점에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하며 사드 운용의 제한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2017년 11월 "사드 운용에 제한을 두는 '1한'은 중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이 취해야 하는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은 여전히 사드 운용 제한 요구를 접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구시보가 9일자 사설에서 "사드는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박아 넣으려 하는 쐐기"라며 "한국은 '친구(미국)'가 건네준 칼을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됐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대선 국면에서 공약한 사드 추가 배치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사드의 정상적 운용을 놓고 한중간에 갈등이 불거질 소지는 상존한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다만 양측이 "사드 문제가 향후에 한중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는 점에 명확하게 공감했다"는 당국자의 설명으로 미뤄 이 문제가 가진 파괴력에 대해서는 양측이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미중 전략경쟁 심화에 따른 미중 갈등의 추가 악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상황에 따라 사드 문제는 언제든 다시 한중 관계의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아울러 이날 회담에서 박 장관이 "국익과 원칙에 따라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화이부동은 '서로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그동안 한중 관계를 표현하는 성어로 통용됐던 '구동존이(求同存異·일치를 추구하되 서로 다른 점은 그대로 두는 것)'와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화이부동이 구동존이에 비해 '서로의 다름'에 대한 인정을 좀 더 강조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윤석열 정부가 한중 관계에서 강조해온 '상호존중'과 일맥상통하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또 화이부동 언급에는 양국이 1992년 수교 이래 비약적인 경제·인적 교류를 이루면서도 북핵에 대한 대응, 사드 갈등 등 정치나 안보 영역에서 자주 벽에 부딪혔던 한중 관계 30년의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같아지기 어려운 영역에서 억지로 같음을 추구하지 말고 다름을 인정한 가운데 조화를 이루자는 취지로 해석되는 것이다. 이는 또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 지향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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