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총리 "미중 관계 더 악화 가능성…폭풍 몰려온다"
"오판이나 작은 사고로 사태 크게 악화할 수 있어" 우려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며 국제정치와 경제에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리셴룽 총리는 이날 국경절을 맞아 전날 방송된 연설에서 "매우 다루기 힘든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과 중국의 관계가 깊은 의심과 제한적 접촉 속에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문제가 곧 개선될 가능성은 작으며 오판이나 작은 사고로 인해 상황이 훨씬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미중 대립과 긴장 격화로 평화와 안정이 지금보다 못한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셴룽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세계와 싱가포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등을 상대로 한 러시아의 깊은 적개심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싱가포르에도 매우 중요한 유엔 헌장의 주권과 영토보전 원칙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중국과 미국, 중국과 미국의 동맹국간 관계에도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셴룽 총리는 향후 세계 경제에 대해서도 어려운 시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 수십 년간 누린 저물가와 낮은 금리로 세계가 이른 시일 내에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싱가포르는 산업 혁신과 기술 및 생산성 향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공급망이 파괴되고 물가가 치솟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를 더 악화시켰다고 했다.
리셴룽 총리는 끝으로 정부의 각종 대응책을 설명하면서 "더 많은 폭풍과 난기류가 우리 앞에 있으나 두려워하지 마라"며 "더 단합하고 굳은 의지로 대처하면 나라의 평화와 번영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최근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아시아 순방 첫 기착지였다.
리셴룽 총리는 지난 1일 펠로시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역내 평화와 안보에 미국과 중국의 안정적인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후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 속에 대만을 방문했다. 이에 중국이 미국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며 대만 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계속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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