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도와줄테니 러 제재는 지켜라" 아프리카 구슬리는 미국
러시아 다녀간 아프리카에 미 고위직 잇따라 순방
식량위기 러시아 책임론 집중 부각하며 '같은편 만들기'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이 식량난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에 러시아 책임론을 부각하면서 식량원조 방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대(對)러시아 제재를 위반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며 '내편 만들기'용 압박에 나섰다.
로이터통신과 APTN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5일(현지시간) 가나를 방문해 아프리카 식량 위기의 러시아 책임론을 집중 부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세계 4천만명이 추가로 식량 불안에 시달리게 됐고 특히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는 냉전 때와 같이 어느 한쪽을 편드는 압박을 받고 싶지 않겠지만, 사실(fact)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러시아는 체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생산적인 농지를 점령했고 지뢰와 폭탄으로 밭을 망가뜨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아프리카가) 러시아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상관없이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량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데 있어 강력한 공동 이해관계가 있다"며 아프리카 식량난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6월 주요 7개국(G7)이 기아문제 대처에 45억달러(5조8천억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이중 미국이 27억6천만달러(약 3조5천억원)를 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이 아프리카의 인도적 개발 원조를 위해 1억5천만달러(약 1천948억원)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이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4일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간다에선 농업 지원 계획을 밝히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 대열에 동참할 것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우간다가 비료와 곡물, 기타 작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2천만달러(약 26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아프리카 국가가 러시아 곡물을 살 자유는 있지만 에너지와 같은 서방의 제재 대상에 속한 품목을 거래할 경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린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그 어떠한 제재도 가하고 있지 않다"면서 "러시아는 농산물을 수출하고 다른 국가도 이를 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 국가가 제재가 있는 분야에서 러시아와 관계를 맺기로 한다면 이들 국가는 그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할 경우 제재를 깼다는 이유로 불리한 조치를 받을 수 있으니 그러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하고자 한다"고 경고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체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비판 행보와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중립노선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의 식량창고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곡물 수입을 의존하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식량 위기가 심화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식량 위기가 서방 제재의 여파라면서 책임을 돌리고 있고, 미국은 러시아의 식량은 제재 대상이 아닐뿐더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에 식량시장이 불안해졌다고 맞선다.
이같은 여론전 속에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의 아프리카 순방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현지 방문 직후 이뤄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달 23~27일 이집트, 콩고공화국, 우간다, 에티오피아 등 4개국에 다녀갔다.
미국에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뿐 아니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7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민주콩고, 르완다 순방에 나선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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