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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도 '저온 요법' 효과? 방 온도 낮추면 종양 억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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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도 '저온 요법' 효과? 방 온도 낮추면 종양 억제 가능하다
활성 갈색 지방, 포도당 소비 증가→암 종양, 포도당 결핍
암 걸린 생쥐, '섭씨 4도'에서 '섭씨 30도'보다 두 배 오래 살아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하면 암 종양의 성장이 억제된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낮은 온도에서 활성화하는 갈색 지방이 열을 내는 데 더 많은 포도당(glucose)을 쓰기 때문이다.
이렇게 갈색 지방이 포도당을 선점하면 암 종양은 포도당 부족으로 성장이 둔화했다.
치열한 포도당 확보 경쟁에서 암 종양이 갈색 지방에 지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런 '저온 치료'(cold therapy) 효과가 암 환자에게도 실제로 나타난다는 걸 확인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의 이하이 차오(Yihai Cao) 미생물학과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3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연구는 '저온 요법'이 암에도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중국 출신의 이하이 차오 교수는 "저온에서 갈색 지방 조직이 활성화하면 포도당을 놓고 암 종양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라면서 "(포도당 부족으로) 종양의 성장이 억제된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각각 대장, 유방, 췌장 등에 암이 생긴 생쥐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눴다.
그런 다음 그룹별로 춥거나 따뜻한 공간에 놓고, 종양의 성장 속도와 생쥐의 생존율을 비교했다.
인간이라면 춥다고 느낄 수도 있는 섭씨 4도의 공간에서 산 생쥐는 종양의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이런 생쥐는 섭씨 30도의 공간에서 산 생쥐보다 두 배나 오래 살았다.
포도당 대사 활성도 등을 시험해 보니, 낮은 온도에선 갈색 지방 조직의 포도당 흡수가 대폭 늘었다.
갈색 지방은 기온이 떨어졌을 때 몸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그러려면 포도당을 더 많이 태워 발열량을 늘려야 한다.
갈색 지방이 이렇게 활성화되면 종양 세포의 포도당 신호는 거의 감지되지 않았다.
갈색 지방이 포도당 흡수를 늘림으로써 종양 세포에 돌아갈 포도당이 부족해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갈색 지방 또는 UCP1이라는 핵심 대사 단백질을 제거하면 저온 노출 효과가 근본적으로 사라졌다.
이런 상태에서 암 종양은 마치 고온에 노출된 것과 비슷한 속도로 성장했다.
암에 걸린 생쥐에게 포도당 수치가 높은 물을 먹이면 저온 노출에 따른 종양 억제 효과가 아예 생기지 않았다.
포도당을 너무 많이 흡수하면 아무리 갈색 지방이 활성화해도 암 종양이 포도당 결핍에 빠지지 않는다는 걸 시사한다.
포도당 섭취를 제한하는 게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유력한 수단 중 하나라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6명의 건강한 지원자와 화학치료를 받는 암 환자 한 명에게 생쥐 실험 결과를 테스트해 봤다.
질환이 없는 피험자들은 모두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2주간 하루 6시간까지 섭씨 16도의 방에 머물렀다.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검사 결과, 이들은 목, 등, 가슴 등에 다량의 갈색 지방이 활성화됐다.
암 환자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섭씨 22도의 방에서 1주, 섭씨 28도의 방에서 나흘간 지냈다.
섭씨 28도는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 인간이 대부분 쾌적하게 여기는 '열 중립 온도'(thermoneutral temperature)다.
암 환자는 28도보다 22도에 있을 때 갈색 지방이 더 많이 활성화하고, 종양의 포도당 흡수도 감소했다.
이하이 차오 교수는 "이번 실험에 설정한 실내 온도는 대부분의 사람이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준"이라면서 "갈색 지방을 활성화하고 저온 요법을 기존 치료법과 함께 쓰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라고 제안했다.
물론, 생쥐 실험 결과를 암 환자 한 명과 6명의 대조군에 확인한 건 충분하지 못하다.
정식 임상실험을 하려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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