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객실 채웠더니 직원이 없다…'인력난'에 허덕이는 호텔업계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대리·과장급의 인력난이 특히 심각한 것 같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맞으면서 소위 '쓸만한' 인력들은 호텔을 많이 떠났는데 호텔 채용 담당자들의 눈높이는 예전 그대로인 것이다. 돈을 많이 주는 곳도 사람이 안 구해지기는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호텔 백오피스 근무 A씨)
"최근 코로나19 사태 때 동결됐던 기본급이 올랐다거나 내부 직원을 빼앗기기 싫어서 연봉 협상 시즌이 아닌데도 연봉을 올려줬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구인 공고가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인력난을 체감한다." (호텔 프런트 근무 B씨)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호텔들이 이번에는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호텔업계를 떠난 인력이 상당한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여름 성수기 등이 맞물리면서 호텔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용객이 늘면서 호텔의 규모를 가리지 않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 한국호텔업협회가 최근 호텔 20곳(5성급 5곳·4성급 8곳·3성급 3곳·2성급 1곳·미등급 3곳)을 대상으로 '부서별 인력 부족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호텔들은 현재 평균적으로 필요인력보다 약 16.6% 정도 인원이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문별로는 식음료 서비스의 인력 부족 비율이 25.8%로 가장 높았고 이어 조리(20.1%), 객실(16.0%) 등의 순이었다.
정오섭 한국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백오피스 인력보다는 아무래도 호텔 운영에 직접 필요한 고객 접점(MOT) 부문의 인력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력 부족 문제는 특급호텔뿐 아니라 1~3성급 호텔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며 "호텔 브랜드 이미지나 급여 수준 등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1~3성급 호텔의 구인난이 더 심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호텔업계의 인력난은 코로나19로 인한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정에다 열악한 처우까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호텔 직원 수는 급감했다.
한국호텔업협회는 매월 5대 권역으로 나눠 200개 호텔의 표본 패널 조사를 진행하는데 이 호텔들의 상반기(1~6월) 평균 종사자 수는 2019년 83.7명에서 올해 67.5명으로 줄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업계 자체가 아무래도 박봉인데다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불안정성도 커지다 보니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학교만 보더라도 관광학부를 졸업한 친구들이 코로나19 사태 등을 계기로 호텔 등 전통적인 관광 분야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산업 자체에서도 호텔업 종사자 전문성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런 것들이 개선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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