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에 中과잉대응, 시진핑에 득보다 실 클 것"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불장난'으로 부르며 호전적 표현을 쏟아내고 무력 시위를 벌였지만, 실제 충돌로 이어질 지를 두고서는 회의적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국내에서 경제, 정치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2일(현지시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자국 민족주의를 자극해 지지를 끌어모을 수는 있지만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그에게도 유리할 게 없다고 진단했다.
시 주석은 가을 당 대회(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5년의 추가 임기를 확정 짓고 지도부 결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광범위한 지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폐쇄 정책으로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밀감이 의문을 자아내는 가운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시 주석에게 추가 도전과제인 셈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 시 주석은 중국의 분노를 전달하기 위해 군사력을 과시하기는 하겠지만 시장을 공포에 떨게 하고 중국 경제를 끌어내릴 수 있는 불안정한 교착 상태는 피하려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중국 진안대 국제관계학 첸 딩딩 교수는 "분명 매우 강한 반응이 있겠지만, 통제 불능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최근 전화통화에서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경고했다. 이는 곧 자신의 우려를 암시하는 듯 보였다는 분석도 있다.
'불장난'은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했던 말이다. 시 주석도 바이든 대통령도 공식 석상에서 펠로시 의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는 않았다.
선진중국연구센터장 데이비드 지터는 "이건 정말로 중간 수준의 경고 수사이지, 전쟁 수준의 위험 욕구를 드러내는 높은 수위의 경고 수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위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인민군 전투기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대만 영공에 진입한다면 시 주석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은 1995∼1996년에도 대만과 대치하며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벌였다.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을 이유로 대만해협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켰다.
당시 시 주석은 대만과 마주 보고 있는 푸젠성의 관료였다. 종종 대만에서 투자 유치 활동을 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건이 아니더라도,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몇 년 안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시 주석은 대만과의 통일을 달성해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향후 불특정 시기에 대만을 평화적으로 흡수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미 관료들과 대만인들은 중국이 국제 무대에서 대만을 배제하려는 시도가 대만의 좌절감을 키웠다고 말한다. 또 대만 주변에서 이뤄지는 중국 군사활동의 증가가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립서비스만 하고, 1979년 중국과 수교 당시 합의했던 것보다 대만과 군사·정치적 관계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선택할 수 있는 보복 수단으로는 대만과 가까운 해상과 공중에서 위협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있다. 또 지금까지 대만 해협의 중간선을 넘어 더 많은 전투기와 군함을 보낼 수 있다는 옵션도 있다.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 정치인이나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할 때마다 중국은 대만 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비행을 확대했다. 지난해 11월에도 미 의원들의 대만 방문 직후 군용기 27대를 KADIZ에 보냈다.
극단적으로는 1996년에 그랬듯 대만 인근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중국의 군사력이 너무 약해 미국에 큰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전세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훨씬 클 수 있다.
대만 국립중산대 궈위옌 정치학 교수는 "지금까지 중국이 주요 군사 작전을 개시할 징후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중국이 과잉대응해 미국이나 일본의 대응책을 초래한다면 시 주석에게는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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