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과 1979년 단교했지만…안보·경제상 없어선 안될 존재
中 팽창막을 교두보…'하나의 중국' 지지에도 대만 안보 적극 지원
바이든 '전략적 모호성' 깨는 발언으로 中 자극…美측 방문 빈번해져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2일 밤 중국의 극력 반대에도 대만 방문을 강행한 것을 계기로 미국과 대만의 관계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 단교해 공식 외교 관계가 없지만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의 안보 지원 장치를 마련해뒀다.
미국 입장에선 대만이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팽창을 막을 교두보이자, 경제적으로도 반도체 강국으로서 없어선 안 될 존재이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무역전쟁으로 대표되는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이행이 본격화하면서 대만을 둘러싼 양국의 파열음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은 1949년 중국이 아닌 대만을 공식 정부로 인정했다. 중국 공산당에 밀려 대만으로 패퇴한 국민당 장제스와 손을 잡은 것이다.
대만은 1971년 유엔에서 회원국 지위를 중국에 빼앗겼다.
이어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을 반영해 '하나의 중국' 원칙도 수용했다.
하지만 대만과 우호적 관계마저 손 놓을 수 없었던 미국은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이던 1979년 대만과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만관계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는 대만이 충분한 자기방어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국방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있다.
미국이 대만의 국방력을 도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대만을 흡수해 통합하려는 중국을 의식한 조항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미국은 지금도 대만에 무기 등 국방물자를 판매하고 있다.
양국은 상대국에 공식 대사관이 없지만, 미국이 대만 주재 대사관 격인 주대만미국협회(AIT), 대만이 미국 주재 대사관 격인 대만 경제문화대표부(TECRO)를 두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지만 대만의 안보도 지원하는 미국의 이런 입장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를 취해온 것을 말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월 취임 후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을 경우 군사적으로 돕겠다고 3차례나 발언했다.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은 그때마다 '하나의 중국' 지지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진화했지만 중국을 견제하려는 바이든의 전략적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이래 미 의회의 대만 방문이 꾸준히 이어졌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의회 외교 측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일은 아니라는 취지다.
올해 들어서도 릭 스콧, 태미 덕워스 상원 의원이 대만을 찾았고,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을 이끄는 사절단이 예고 없이 대만을 방문했다.
펠로시 의장은 1997년 하원 의장이던 뉴트 깅그리치 이후 25년만에 대만을 찾은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내 권력서열 3위다.
미 대통령 중에서는 1960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유일하게 대만을 방문했지만 당시는 대만과 단교 전이었다.
미국과 대만 사이의 행정부 간 교류로 인한 마찰은 트럼프 행정부 때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16년 11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했는데, 이는 수십 년간 조심스럽게 관리해온 외교적 거리를 뒤집은 것이었다고 WP는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양국 관리들이 더 공식적으로 만날 것을 권장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했다.
이어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0년 대만을 찾았는데, 이는 1979년 단교 이래 미 행정부 인사로는 최고위급 방문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 종료를 얼마 남겨두고선 양국 외교관의 접촉을 금한 규정을 없앴고, 이 효력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차이 총통은 2019년 카리브해 순방길에 미국의 뉴욕과 덴버를 경유하며 미국 땅을 밟았는데, 이로 인해 중국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미국이 중국의 팽창과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둔 상황이어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은 점점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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