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반외세 정파 지지자들, 의회 점거후 무기한 농성
알사이룬-친이란 정파 간 무력 충돌 우려도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라크 의회를 점거한 알사이룬 정파 지지자들이 의사당 내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고 국영 알이라키야 방송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의회에 난입한 알사이룬 정파 지지자들은 친이란 정파가 내각 구성을 포기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위 참가자 중 한 사람인 하이다르 자밀은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의회 점거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 겸 정치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알사이룬 정파 지지자들은 전날부터 바그다드 '그린 존'(정부청사와 외국 공관 등이 밀집한 보안 구역)에 있는 의회를 장악한 채 시위를 이어갔다.
의사당 주변에는 시위대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보낸 음식과 생필품 등이 속속 도착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시위대는 조기 총선 실시, 헌법 개정, 알사드르 반대파 의원 사퇴 등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
외신들은 시위대의 수를 4천∼5천 명으로 추산했다.
알사이룬 정파는 지난해 10월 치러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됐으나, 친이란 정파와 내각 구성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알사이룬 정파는 친이란 세력을 배제하면서 수니파 등 나머지 정파를 아우르는 '개혁 연정'을 추진했으나 실패했고, 지난달에는 소속 의원 73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친이란 정파가 의회를 장악하고 모하메드 알수다니를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하자, 알사이룬 정파 지지자들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라크 당국은 전날부터 이어진 경찰과 충돌로 시위 참가자 100명과 경찰 25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보안 당국은 의사당 인근에 있는 사법부 건물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날 시위대는 밧줄과 쇠사슬을 이용해 바그다드의 그린 존 입구의 콘크리트 방호벽을 해체하고 의회로 난입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해 10월 치러진 총선 이후 새 정부 구성을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총선에서 17석을 확보하는 데 그친 친이란 정파는 다수를 차지한 알사이룬 정파(73석)의 내각 구성에 반대해왔다.
외신들은 갈등이 격화할 경우 무력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알사드르는 '평화 여단'이라고 불리는 무장 전투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친이란 정파는 민병대와 연계해 이라크 정치·사회 등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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