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실패의 무게 느낀다"…캐나다서 원주민 학대 거듭 사과
원주민 사회와 캐나다에선 '미흡한 사과' 비판도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은 28일(현지시간) 과거 캐나다 가톨릭 기숙학교들의 원주민 아동 학대에 대해 또 사과했다.
캐나다를 방문 중인 교황은 이날 퀘벡주 퀘벡시티의 한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악(惡)의 스캔들과 우리 원주민 형제자매의 육신으로 상처입은 그리스도의 몸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깊은 실망을 경험했고 실패의 무게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이 모든 일이 대체 왜 일어났는가, 어떻게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의 공동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고 반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날 발언은 원주민 학교에서 벌어진 학대 사건들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집단적 실패에 대한 교황의 가장 강도 높은 발언 중 하나라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사실상 캐나다에서 '사죄 투어'를 하고 있는 교황은 지난 25일 앨버타주 매스쿼치스의 옛 기숙학교 부지를 찾아 "그토록 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악에 대해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퀘벡시티 미사에도 1천400개 좌석 중 4분의 3을 기숙학교 피해자 등 원주민들에게 배정하는 등 사과의 뜻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들을 포함한 원주민 사회는 교황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교황이 '많은 기독교인들의 잘못'이라고만 언급하고 가톨릭 교회 차원의 조직적인 책임까지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퀘벡시티 미사에서는 원주민 여성 두 명이 교황에게 과거 신대륙에서 원주민들의 땅을 차지해도 좋다는 취지의 15세기 칙령을 공식 취소해줄 것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펼치기도 했다.
원주민들뿐만 아니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전날 "용서를 비는 것은 사건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 첫 단계일 뿐"이라며 가톨릭 교회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1870년부터 모두 15만 명 이상의 원주민 아동이 부모와 강제로 분리돼 기숙학교에서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하면 구타를 당하고 밥을 굶는 등 심한 학대를 당했다.
원주민 강제 동화를 위한 이러한 기숙학교 프로그램에서 피해 아동들은 성폭력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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