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 부동산 금융사, 흑인·라틴계 주택대출 차별"
필라델피아 등 흑인 많이 사는 지역 지정해 대출 회피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미국의 억만장자 사업가 워런 버핏의 부동산 금융 자회사가 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때 흑인과 라틴계가 많은 지역을 지정해 이들을 차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AP통신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미국 정부와 버핏 소유의 버크셔 해서웨이 홈서비스 아메리카 간 분쟁조정 합의서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 회사의 자회사인 트라이던트 모기지가 흑인과 라틴계 주민들에 대한 부동산 대출을 교묘한 방법으로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트라이던트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유색 인종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지정하고 이 지역에 대한 주택담보 대출 서비스에 차별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차별 대우를 받은 지역은 서부 필라델피아 맬컴 엑스 파크, 뉴저지 캠던, 델라웨어 윌밍턴 등지로 파악됐다.
트라이던트는 분쟁 해결을 위해 2천만 달러(약 260억원)를 책정하고 별도 회사를 만들어 피해 주민들에 대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크리스틴 클라크 법무부 차관보는 "트라이던트는 불법으로 구역을 설정하는 식으로 주택담보 대출에서 유색 인종을 차별해 이들이 부를 축적할 기회를 박탈하고 이들이 소유한 자산의 가치를 저평가했다"고 밝혔다.
AP는 이들 지역에 대한 차별을 가리켜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레드 라이닝'(Red lining) 사건이라고 논평했다.
레드 라이닝은 땅 위에 붉은 칠을 하는 것처럼 일정 지역을 지정해 차별하는 행위로, 과거 미국 정부와 은행들은 실제로 주택담보 대출이 곤란한 지역을 지도 위에 붉게 표시한 적이 있었다.
이런 차별 대우를 받던 곳은 대개 소수 유색 인종이나 유대인 등 사회적 차별을 당하는 이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 대부분이었다.
최악의 레드라이닝 사례는 위스콘신에 본사를 둔 어소시에이트 뱅크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특정 지역 주민들을 차별했다 기소된 사건이었다.
이 은행도 2015년 법무 당국과 2억 달러(약 2천600억원)에 달하는 분쟁 조정 합의를 본 바 있다.
트라이던트의 이같은 행위는 비은행 부동산 금융 회사가 특정 지역 주민들을 차별한 사례라고 AP는 지적했다.
필라델피아의 경우 오랜 기간 흑인 주택 구입자들이 차별 대우를 받아왔던 곳이다.
필라델피아 시위원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금융 서비스와 관련해 주택 감정평가를 받은 사람의 95%가 백인이며, 감정평가 금액도 주택 소유자의 피부색에 따라 달라지는 '인종적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필라델피아 출신인 빈센트 휴즈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웨스트 필라델피아 파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도 어릴 적 차별적 대출 관행의 피해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웨스트 필라델피아 파크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자랐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법무장관으로 이곳 주지사 자리를 노리는 조시 샤피로는 "이번 사건은 조직적인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트라이던트의 대출 차별 외에 직원들이 직접적인 인종차별 행위를 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과거 트라이던트 직원들이 흑인 주택 구입자에게 대출을 해 주면서 흑인 빈민가를 뜻하는 '게토'라는 표현을 썼고, 한 관리자는 흑인 노예제 시기를 상징하는 남부연방기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한다.
이 회사 홍보물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백인이며, 직원들도 대부분 백인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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