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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역전] 잇단 美자이언트스텝에 韓산업계 긴장…경기침체-이자비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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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역전] 잇단 美자이언트스텝에 韓산업계 긴장…경기침체-이자비용 우려
현지 수요감소에 따른 수출둔화 가능성…해외지급 리스료 부담 증가
한국은행 금리 인상땐 차입비용 증가…"국내 금리인상 속도 조절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신선미 최평천 김철선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2개월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의 초강수를 두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미국 현지의 경기침체를 유발해 국내 수출 상품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지급하는 리스료 등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행이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이자 비용 증가라는 또 다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에 국내 산업계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 반도체·車, 업황 둔화 우려…항공·정유, 리스료·부채 부담↑
28일 업계에 따르면 연준은 전날(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지난달에 이어 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연준은 대폭의 금리 인상에 대해 최근 40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지에서는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최대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흔들릴 경우 이미 둔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한국의 수출에는 추가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내 주력 산업인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국내 산업계의 근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업황은 세계 경기를 따라가는데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세계 경제 위축 우려가 더 커졌다"며 "특히 스마트폰, PC 등 IT 제품 수요도 둔화되면서 메모리 업황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조선업계도 금리 인상에 따른 현지 수요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자동차 할부 금리도 따라 오르면서 현지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그 결과 미국 등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업계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이번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미 기준금리가 2년 반 만에 역전되면서 국내 자금 유출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게 되면 달러로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를 지급해야 하는 국내 항공업체들은 이전보다 더 큰 외화 부채 상환 부담을 지게 된다.
순외화부채가 약 41억달러(5조3천억원)에 달하는 대한항공[003490]의 경우 환율 10원 변동 시 410억원의 외화환산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고환율로 해외여행 심리가 위축되면서 최근의 국제선 여객수 증가세도 주춤해질 수 있다.
원유 도입 과정에서 대규모 달러 표기 채권을 발행하는 정유업계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장은 "한미 금리가 2년 반 만에 역전되면서 외환위기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한미 통화스와프 등 외환 안정성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이상호 경제조사팀장은 "정부는 무역수지 흑자 전환 등을 통해 원화 가치를 안정시키는 한편 우리나라의 펀드멘털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은행 금리 인상시 차입비용↑…"국내 인상속도 조절해야"
연준의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으로 미국의 기준금리(2.25∼2.50%)가 한국(2.25%)보다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이 곧 국내 기준금리도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경연은 이날 발표한 '미국과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를 3.12%로 추정하고, 한국이 양국 간의 적정금리 차이를 따를 경우 국내 기준금리가 3.65%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대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많이 늘어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보다 적은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이 34.1%에 달했다는 최근의 전경련 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이자 비용 증가는 한국 산업 구조에 추가적인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금리 인상은 쌍용차[003620], 대우조선해양[042660], 아시아나항공[020560] 등의 인수합병(M&A)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자 증가로 이들이 갚아야 할 차입금은 늘고, 자본 확충을 위한 영구채 발행은 어려워지면서 인수하는 기업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계도 금리 인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유가, 고환율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인데 여기서 금리가 더 오르면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해 중소기업들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굉장히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국내 산업계가 받는 충격을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은 "한국은 미국 금리와는 별개로 국내경제 상황에 맞춰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시중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과도하게 불리한 대출 조건을 적용하지 않도록 금융권의 자금공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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