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유효한 음성확인서인데…'못 탄다'는 항공사ㆍ돈 챙기는 브로커
베트남서 한국인 상대로 항공사ㆍ브로커ㆍ병원 연결된 조직적 사기 정황
(서울=연합뉴스) 박주하 인턴기자 = 베트남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빌미로 한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제보자 A 씨는 지난달 2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중 현지 브로커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했다.
A 씨는 귀국 전날인 25일 호텔 인근의 종합병원에서 국내 입국에 필요한 전문가용 항원검사(AG) 음성확인서를 받았다.
그러나 비행기 출발 2시간 전, 공항 체크인 과정에서 B 항공사 직원은 A 씨 가족에게 "음성확인서가 영문이 아니라서 (한국으로)입국할 수 없다"며 "오늘 못 가니 내일 새로운 비행기를 타라"고 했다. 인근에 문을 연 병원이 없냐는 질문에도 내일 비행기를 타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 순간 당황하고 있던 A 씨 가족 앞에 일을 해결해주겠다는 두 명의 베트남 남성이 등장했다. 그들은 "긴급 서비스를 해주겠다"며 병원행 택시를 타라고 A 씨 가족을 재촉했고, 택시에서는 A 씨 가족의 여권 사진도 찍어갔다.
병원도 브로커에게 협조하는 모습이었다. 병원은 A 씨 가족의 검사 결과지를 브로커에게 넘겼다. 브로커는 검사 결과지를 들고서는 "지금 바로 한 명당 170만동(약 9만 5천원)을 주지 않으면 검사 결과지를 줄 수 없다"고 했다. A 씨가 병원에 직접 검사비를 지불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브로커는 계속해서 "돈 없으면 다시 공항으로 돌아가서 내일 비행기를 타거나 알아서 해라"며 겁을 줬다.
이들이 데려간 병원에는 비슷한 상황으로 보이는 한국인 관광객들도 계속 들어왔다. 한국인 관광객을 데려온 브로커들은 서로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A 씨가 말을 나눠본 한 한국인 관광객 중에는 브로커에게 250만동(약 14만원)을 지불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브로커에게 돈을 지불하고 입국한 A 씨는 뒤늦게 한국의 B 항공사 직원으로부터 처음에 가지고 있던 현지어 검사지로도 입국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질병관리청은 해외입국자의 음성확인서에 '검사방법 항목'이 한글이나 영문으로 발급되었다면 그 외 항목이 현지어라도 인정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처음에 A 씨가 가지고 있던 검사지는 검사방법 항목이 영문으로 적혀있어 유효한 검사지였다.
C 씨도 똑같은 수법을 사용하는 브로커들에게 사기 피해를 당할 뻔했다.
C 씨는 "비행기 탑승이 어렵다는 안내를 받은 뒤 공항에서 갑자기 베트남 남성들이 나타나 코로나 검사를 도와주겠다며 택시에 태워 2명이니까 20만원을 내라고 했다"며 "도착한 병원에는 5명 정도의 한국인이 더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주변에 있는 다른 한국인 분이 경찰을 부른다고 하자 (브로커가) 도망을 가서 다행히 돈을 지불하지는 않고 돌아왔지만, 찍어간 여권사진으로 이후에 보복이 올까 두렵다"고 말했다.
베트남 여행 카페의 한 누리꾼도 "하노이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베트남 남자 여러 명이 줄 밖에서 기다리길래 배웅해주는 줄 알았더니 검사지에 문제가 있다고 안내받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서 없어지더라"고 했다.
A 씨는 "B 항공사 직원과 브로커, 병원이 함께 조직적으로 짜고 치는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현재 B 항공사는 A 씨 가족의 피해 사례를 베트남 본사에 전달해 당시 근무한 직원을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B 항공사 한국지부 관계자는 "입국 시 필요한 검사지는 현지 직원이 신경 쓸 부분이 아닌데 이상하다"며 "현지에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현지 직원은 하청을 주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피해가 생길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고 했다.
aristo2002k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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