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세계 간염의 날'…"간암 원인 85%는 B·C형 간염"
B형간염, 간수치 정상이어도 간암·간경변 정기검진 필수
C형간염, 아직 백신 없지만 치료제로 95% 이상 완치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7월 28일은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이다. B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미국인 바루크 블룸버그(Baruch Samuel Blumberg) 박사의 생일에 맞춰 201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했다.
27일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간염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간에 염증이 생겨 간세포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간염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이 있다. A형은 1973년, B형은 1965년, C형은 1989년에 각각 발견됐다. 이후 D, E, G 등 간염 바이러스가 추가로 발견됐지만, 인체에 감염되는 간염 바이러스는 대부분 A, B, C형이다.
이중 매년 전세계 150만명의 사망 원인이 되는 간염은 B형과 C형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2억5천700만명이 B형간염에, 7천100만명이 C형간염에 각각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간암의 원인 중 B형간염이 70%, C형간염이 15%를 각각 차지한다.
권정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염은 발생 원인과 증상이 각기 다르고 대처법 역시 큰 차이가 있어 평소 정확히 이해해 둬야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B형간염, 간경변·간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 질환
국내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은 백신 상용화 이전인 1980년대만 해도 8~10%로 매우 높았지만, 최근에는 2%대로 꾸준한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B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감염되면 간경변과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B형간염 바이러스는 혈액, 체액, 감염된 사람과의 성적 접촉, 주사기 바늘 공동 사용 등을 통해 주로 감염된다. 출산에 의한 모자간 수직감염도 중요한 감염경로다. 다만 현재는 만성 B형간염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라도 출산 후 12시간 안에 예방접종과 면역글로불린 추가 접종으로 감염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B형간염 보유자의 가족이거나 수혈을 자주 받아야 하는 환자, 혈액투석 환자 등은 꼭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권정현 교수는 "만성 B형간염 환자라도 간수치가 정상이거나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치하다가 복수가 차고 황달이 생기는 간경변으로 진행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면서 "B형간염 양성이라면 증상 유무, 간수치 등과 상관없이 정기검진을 통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의 진행을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권 교수는 "최근에 개발된 먹는 형태의 항바이러스제는 내성이 적고 효과가 좋아 간경변 진행이나 간암 발생을 크게 줄이고 있다"면서 "다만,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와 간암표지자 검사는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C형간염, 백신 없지만 치료제로 95% 이상 완치
C형간염 역시 B형간염과 마찬가지로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예전에는 수혈이 주된 감염경로였지만 1991년 헌혈 혈액에 대한 C형간염 바이러스 선별검사가 보편화된 이후 수혈을 통한 감염이 크게 줄었다.
반면 오염된 혈액 또는 혈액제제의 수혈, 장기이식, 주사용 약물남용, 불안전한 주사나 의료시술, 오염된 주사기나 바늘에 찔리는 경우, 감염자와의 성접촉, 감염된 산모로부터 신생아로의 수직감염 등이 감염 원인의 절반을 차지한다.
C형간염 바이러스에 급성으로 감염된 경우 20∼50%에서는 3∼4개월 이내에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제거되면서 회복되지만, 나머지 50∼80%의 환자들은 만성 간염으로 이행된다.
일단 만성화되면 C형간염 바이러스는 지속적인 간 손상을 유발하고, 간경변증과 간세포암종을 초래하게 된다.
문제는 C형간염 환자의 80%에서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복수, 황달, 간종괴 등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간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C형간염은 현재까지 백신이 없어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게 유일한 예방법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고위험군이라면 건강검진을 통해 C형간염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C형간염은 혈액검사로 알 수 있는데, C형간염으로 진단되면 추가로 유전자형 검사를 한다. 1형부터 6형까지 총 6가지가 있기 때문에 정밀한 유전자형 검사를 통해 어떤 바이러스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유전자형에 따라 치료 약물이나 치료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권정현 교수는 "C형 간염은 검사방법이 다소 복잡하지만, 한 번 정확한 유전자형을 밝혀내면 치료제로 95% 이상 완치할 수 있다"면서 "완치 후에도 안심하지 말고 간경변, 간암 발생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면서 재감염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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