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산층, 부동산 불황 '직격탄'…공사 중단 주택 932조
공사 멈춘 아파트에 거액 주담대 상환 부담만…결혼 미루고 지출도 줄여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중국 중산층이 부동산 경기침체로 결혼을 미루고 지출도 줄이는 등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봉쇄 장기화와 '공동부유'를 앞세운 당국의 민간시장 개입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공사를 중단하는 건설 현장이 속출하면서 그 피해가 중산층들에게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중산층의 자산 가운데 70% 정도가 주택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침체와 집값 하락세로 중산층들이 고통받고 있다면서 특히 아파트 등 주택 공사 중단으로 인한 피해와 반발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총 4조7천억 위안(약 932조원) 규모의 주택 건설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며, 이들 주택을 완공하려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3%에 해당하는 1조4천억 위안(약 272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예전에도 공사 중단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이 대규모로 주택 공사가 멈춘 것은 유례가 없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주택 가격은 10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1인당 가처분소득도 5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2011년 말 GDP의 27.8%에 불과했던 중국 가계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GDP의 61.6%로 확대됐다.
블룸버그는 선분양 후 바로 주택담보대출금 상환이 시작되는 중국 주택시장의 구조로 인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가 중단된 뒤 주택담보대출금 상환을 거부하는 중국인들이 수십만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일부 주택담보대출금에 상환 유예기간을 설정하고 지방정부와 금융권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공사재개를 유도하고 있지만, 당장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 수분양자들의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자신을 '피터'라고만 밝힌 한 중국인은 200만 위안(약 3억9천만원)에 계약한 허난성 정저우의 주택 공사가 중단되면서 영영 보지도 못할 수 있는 집에 가처분 소득의 90%를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쓰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이 때문에 창업 계획도 포기하고 BMW 5시리즈 승용차 구매 계획도 취소했다면서 더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리'라고 밝힌 한 정보기술(IT)기업 직원도 임금이 최근 25%나 줄어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에서 헝다(에버그란데)그룹에 의해 공사가 중단된 후베이성 우한 소재 주택의 대출금 상환으로 월급의 3분의 1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조속히 공사 재개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 다른 5천여명과 함께 대출금 상환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통은행 계열 증권사 보콤 인터내셔널 출신의 유명 이코노미스트 훙하오는 주택담보대출금 상환 거부가 집값과 주택 판매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부의 효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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