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반대파가 사라진 홍콩 의회에서 예산안이 속전속결로 통과되고 있다.
홍콩 명보는 자체 분석 결과 이달까지 7개월간 입법회 재무위원회가 재정 프로젝트 예산을 1억홍콩달러(약 167억원)당 평균 0.89분 내 통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보도했다.
이는 전년도의 1.69분보다도 절반 가까이 단축된 것이다.
재무위는 정부가 제출한 52개 프로젝트를 전부 승인했는데 이를 위해 총 13차례, 24.4시간 회의를 개최했다. 프로젝트 한 건당 평균 28분씩 심의한 것으로, 작년의 46분보다 줄어든 것이다.
재무위는 또 52개 프로젝트 중 무려 50개를 무기명 거수투표로 통과시켰다.
지난해의 경우 재무위가 통과시킨 120건의 프로젝트 중 무기명 거수투표로 통과된 건수는 78%(94건)였다.
지난해에도 홍콩 입법회에는 민주 진영 의원이 한 명도 없었으나 의원 수는 올해 90명의 절반가량만 남아있었다.
올해 1월 출범한 제7대 입법회는 중국이 홍콩의 선거제를 '애국자'만 참여할 수 있도록 뜯어고친 후 처음으로 실시된 입법회 선거(지난해 12월 19일)를 통해 꾸려졌다. 90석 가운데 단 1석을 제외한 89석이 친중 진영으로 채워졌다.
당시 선거는 민주 진영의 불참 속 30.2%라는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명보는 "올해 입법회 정원이 작년보다 늘어났고 재무위 의원수는 작년의 두배 가량 늘었지만 예산 심의 시간은 단축됐다"고 지적했다.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정치행정학 선임 강사는 명보에 "이 수치는 새 입법회에 뚜렷한 이견이 존재하지 않고 게이트키핑 기능이 약화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입법회 재무위에서 활동했던 에밀리 라우 민주당 국제위원장은 "과거 의원들은 반대 의견을 내고자 할 때 기명 투표를 요구했다"며 "기명 투표는 의원의 출석 여부와 그들의 의사를 대중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부금 심의는 의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과거 의원들은 정부에 많은 질문을 했다. 그러나 지금 의회는 숙고 없이 서둘러 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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