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완화 여력 다한 중국, 경기부양 위해 '돌려막기' 나서나
금리·지준율 인하 한계…내년 인프라 예산 미리 사용 관측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당국이 내년 공공 인프라 투자 예산을 미리 당겨 쓰는 '돌려막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25일 "다수 경제학자는 일반적으로 해외의 맹렬한 금리 인상 기조와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직면해 국내 통화 정책이 더는 완화되기 어려워 하반기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면서 향후 재정 정책이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루팅 노무라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앞서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가 하반기에 10bp(1bp=0.01%포인트)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중국과 주요국 사이의 금리 격차가 확대됐고,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축 탓에 은행의 수익 압박도 세져 현재 우리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더는 전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미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경기 급랭에 대응해 작년 말부터 반년 가까이 정책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잇따라 인하하는 등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와 반대로 완화 기조를 유지해온 탓에 정책 여력을 거의 소진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따라 공공 투자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대규모 PCR(유전자증폭) 검사 등 코로나19 확산 대응으로 인한 재정 압박 속에서 중국 당국이 어떤 방법으로 추가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충격으로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인 소비가 장기 부진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정책 여력을 총동원해 공공 인프라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경기를 안정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상태다.
중국 국무원은 2분기 경기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인프라 투자 재원 확보에 주로 쓰이는 특수목적채권 발행을 6월까지 모두 마치고 해당 자금을 8월까지 모두 소진하라는 특명을 지방 정부에 내린 상태다.
중국이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를 통해 확정한 올해 특수목적채권 발행 규모는 3조6천500억 위안(약 677조원)이었는데 해당 채권 발행으로 확보된 '투자 실탄'을 8월까지 모조리 써버리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는 국가개발은행 등 국유 정책은행을 인프라 투자 확대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고 나섰다.
국무원은 지난달 정책은행의 인프라 프로젝트 대상 대출을 8천억 위안(약 156조원) 늘리겠다고 밝혔고 이달 들어서는 이와 별개로 정책은행이 3천억 위안(59조원)의 금융채를 발행해 중점 인프라 시설 투자에 쓰도록 결정했다.
당초 특수목적 채권 발행 한도를 3조4천500억 위안으로 정한 것을 고려하면 정책은행 자금을 활용한 인프라 투자 확대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연간 경제성장률로 삼은 5.5%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새로 제시한 목표인 '비교적 좋은 수준'의 경제 성장을 떠받치기 위해서라도 추가로 공공 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추가 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 방안으로 ▲ 올해분 일반 국채 발행 한도 확대 ▲ 올해분 특수목적채권 한도 확대 ▲ 올해분 특별국채 발행 ▲ 내년분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 당겨쓰기 4가지 선택지가 거론되는데 전문가들은 이 중 내년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를 당겨쓰는 마지막 방안이 선택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예산이 지난 3월 전인대 회의에서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대규모로 연중 일반 국채나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를 대폭 상향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올해분 채권 발행 확대 계획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수백조원대 특별국채 발행 없이는 올해 재정이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우한 사태 등 특별한 상황에서 거의 10년에 한 번 정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가 미래로 부담을 전가하는 특별국채 발행은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리커창 총리는 최근 "너무 높은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초강력 부양 조처를 내놓거나 돈을 너무 많이 찍어내 미래를 소비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올해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재정·통화정책을 펴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됐다.
제일재경은 "이런 이유로 기관들은 보편적으로 내년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를 미리 당겨쓰는 선택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심의·결정을 통해 이 같은 운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상하이 봉쇄 여파 속에서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우한 사태 이후 최저인 0.4%까지 급락하면서 중국이 올해 5.5의 연간 성장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저명 경제학자인 차오허핑 베이징대 '디지털 중국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18일 온라인 매체 관찰자망과 인터뷰에서 "5.5%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하반기 성장률이 9%는 돼야 하는데 현실적이지 않다"며 "하반기 성장률은 6%가량 될 것이다. 따라서 올해 성장률을 4.0∼4.5%로 잡는 것이 합리적인 예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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