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주가 '바닥 논쟁'…"반등 후 다시 혹한기 올 수도"
"3분기 반등 후 다시 약세…장기 박스권 속 코스피 일시적 2,000 하회 가능성"
"바닥 통과했지만, 회복에 시간 걸려…내년 하반기 추세 전환 예상"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홍유담 기자 =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에 추락하던 코스피가 최근 2,400대까지 회복하자 증권가에서 '바닥 논쟁'이 점화됐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 증시 상황을 단기 기술적 반등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기 침체 현실화로 진짜 바닥은 내년 상반기께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스피가 이미 바닥을 통과해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친 후 상승 추세로 돌아서 3,000을 다시 넘볼 수 있다는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전 세계에서 당분간 풍부한 유동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주가가 하락을 멈추더라도 고점을 높이기보다 장기 박스권에 머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 "단기 반등 후 더 떨어질 것" vs "이미 바닥…악재 충분히 반영"
24일 주요 증권사와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스피가 3분기에 단기 반등해 2,600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한국의 '닥터 둠'으로 불리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세는 6∼7월이 고점인 것으로 본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완화하고 주가 전망 모델로 삼는 일평균 수출 규모도 중국으로의 수출 회복으로 오는 8∼9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스피는 3분기 단기 반등 국면에서 2,600∼2,700까지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그러나 경기 침체 현실화로 코스피는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증시는 본격적인 경기 침체로 하락 전환해 바닥을 더 낮출 것"이라며 코스피 바닥을 2,200으로 예상했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현재의 시장 상황을 기술적 반등, 즉 베어 마켓 랠리(장기 하락장에서 단기 상승하는 현상)로 평가한다"며 "주가는 3분기에 상승하다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추세적 반등으로 가려 해도 아직 경기 침체 우려가 남아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기업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7∼8월 코스피는 2,600 수준까지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 이후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기업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돼 추세적 반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코스피는 내년 1분기까지 2,050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증시가 이미 저점을 통과했고, 현 수준에서 더 추락하지 않고 횡보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코스피는 2,200대로 바닥을 찍고 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하락을 예상케 하는 악재들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말했다.
다만 "지수가 더 오를지는 알 수 없고, 횡보할 수 있다"며 "손실을 보던 투자자들이 '본전 심리' 탓에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계속 매물을 내놔 전체적인 주가 수준이 올라가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주가는 단기적으로 반등했다가 더 떨어지기보다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코스피가 굳이 2,300을 밑돈 것은 비관적 시나리오에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며 "지금은 주가가 적정 가치에 수렴하는 복원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 "호황장세 끝나고 장기 박스권" vs "내년 하반기 추세전환 가능성"
증권가에선 초저금리 시대의 풍부한 유동성에 기댄 호황장세가 끝나고 약세장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리 인상에 유동성이 줄고 경기 부진, 실적 둔화 등으로 투자심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영익 교수는 "코스피는 2∼3년간 2,200∼2,300 박스권에서 움직이면서 전 고점을 돌파하기 힘들고, 일시적으로 2,000을 하회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증시가 내년 상반기까지 고전한 이후 추세적 전환을 맞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오는 9월 이후 완화하고, 내년 상반기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면 전 세계 증시가 생기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KB증권의 유 센터장은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기업 경기가 살아나기 쉽지 않다"며 "추세 전환을 이루려면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 강도가 약해져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한다는 신호가 3분기에 확인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하면 주가도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대신증권의 이 팀장도 "금리 인상이 둔화하거나 종료되면 내년 상반기에 증시도 추세 반전이 가능하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거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풀리면 바닥 통과 시점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스피가 오름세로 돌아서더라도 3,000을 다시 돌파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교보증권의 김 센터장은 "대외 수주 규모와 상장 기업의 이익 수준 등을 고려하면 코스피는 2,500∼2,600 내외에서 형성되는 것이 적절하다"며 "3,000선은 프리미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거나 '동학 개미 운동'처럼 수급이 보강돼 엄청난 에너지가 실릴 때 가능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신영자산운용의 허 대표는 "인플레이션이나 금리 문제가 해결되면 코스피는 3,000을 다시 넘을 것"이라며 "최근 정부의 세제 개편 등으로 기업 경영에 우호적인 환경도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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