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국장 "스리랑카, 중국투자 받는 '멍청한 도박' 탓 붕괴"
'차이나머니 부채함정' 주장…"전세계에 구체적 반면교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0일(현지시간) 스리랑카 국가부도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 자본이 판 '부채 함정'을 지목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번스 국장은 이날 미국 애스펀 안보 포럼에서 상대방이 막대한 채무를 지도록 하는 중국의 투자 방식 탓에 스리랑카 경제가 붕괴했다고 주장했다.
번스 국장은 "중국은 부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크고 투자를 위해 귀가 솔깃한 설명을 한다"며 "중국에 심하게 빚을 진 스리랑카는 자국 경제, 미래를 두고 정말로 멍청한 도박수를 던졌고 그 결과 경제, 정치적으로 파멸적 대가에 고통받고 있다"고 연설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중동, 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른 나라에 구체적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며 "눈을 크게 뜨고 그런 종류의 합의를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역내 경쟁국 인도의 코앞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에 투자를 집중했다.
그러나 스리랑카가 막대한 채무를 떠안고 중국 자본으로 건립한 기간 시설이 감당하기 어려운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2017년 남부에 항구를 건립한 뒤 140억 달러(약 18조4천억원)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중국에 해당 시설을 99년 동안 빌려준 일도 있었다.
중국에 2억 달러(약 2천600억원)를 빌려 그 항구 근처에 지은 라자팍사 공항은 이용도가 너무 낮아 한때 전기요금을 내지 못할 정도의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스리랑카는 대외 국가채무 510억 달러(약 67조원)를 갚지 못해 올해 5월 18일 국가부도를 뜻하는 공식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중국이 투자를 미끼로 저개발국을 부채의 늪에 빠뜨린 뒤 정치, 경제적으로 자국에 종속시킨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글로벌 경제교류 확대와 동반성장을 표방하며 추진해온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그런 세력확장 전략의 근간으로 의심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대일로에 대항한다며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이라는 개발도상국 지원 프로젝트를 최근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이 프로젝트에는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환경, 성평등 등 가치지향적인 사업도 포함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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