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최대실적 예상에도 '표정관리'…고통분담 압박 걱정
4대 금융지주 상반기 순익 9조원 추정…"정부·정치권 요구 많아질 것"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금융지주들의 표정이 이번 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되레 어두워졌다.
늘어난 이익 탓에 정부와 정치권의 '금리 상승기 고통 분담' 요구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4대 금융지주 상반기 순익 약 9조원 추정…'사상 최대'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들은 올해 2분기 실적을 이번 주 후반 공시한다. KB금융지주 발표는 21일, 나머지 세 지주의 경우 22일로 예정돼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 전망치 평균(컨센서스) 합산은 4조3천738억원이다. 1년 전(4조1천258억원)보다 6%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이미 확정된 1분기 순이익(4조5천951억원)에 2분기 컨센서스를 더한 상반기 순이익은 8조9천689억원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역대 최대치(8조904억원)를 넘어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이 부진했음에도 순이자이익을 중심으로 성장하며 좋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금리인하·감면 등 압박 커질 듯…관치 우려, 주가에도 부정적"
하지만 금융지주들 입장에서 늘어난 이익이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자칫 '관치 금융'의 명분이 될 수 있어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약층에 대한 정부의 금융지원 대책 중 빠진 부분에 대해선 금융사가 답을 줘야 한다"고 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적이 잘 나오면 금융지원 대책에 대한 정치권 등의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금융당국의 '자율적으로 노력하라'는 발언 자체만으로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2분기 실적까지 공개되면, 지금까지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새출발기금 출연이나 저신용 청년층 채무 감면, 금리 인하 등 금융권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등에서 커질 수 있다"며 "대책은 정부가 발표했지만, 재원의 상당 부분은 금융권이 떠안을 개연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익 증가는 주가에 호재임에도, 정부와 정치권 리스크 때문에 금융지주 주가가 제대로 오르지 못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실적이 올라도 마냥 좋아할 수가 없다. 정치권의 압박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역대급 실적에도 국내 은행주를 던지는 이유 중 하나가 관치에 대한 우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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