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행랑' 스리랑카 대통령, 싱가포르 도착…최종 목적지는 미정(종합2보)
아직 사임계 안 내…"망명 신청 안해"
권한 대행 총리는 콜롬보에 통행 금지령 발동…군은 무력 사용 경고
(콜롬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국가 부도 사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몰디브로 도피했던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대통령과 총리 집무실을 점령했던 시위대는 스리랑카 의회가 정권 이양을 위한 해결책을 찾기로 하면서 관청 등의 점거를 풀기로 했다.
데일리미러 등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고타바야 대통령은 이날 몰디브 수도 말레에서 사우디아라비아항공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고타바야 대통령은 개인 방문 자격으로 싱가포르에 입국했다"며 "그는 망명을 신청하지 않았고 망명을 허가받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고타바야 대통령이 이날 싱가포르에 도착했지만, 그의 최종 목적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그가 싱가포르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제3의 지역으로 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당초 그는 전날 저녁 아내, 두 명의 개인 비서와 함께 싱가포르항공 비행기를 타고 몰디브 말레에서 싱가포르로 갈 계획이었지만 안전 문제를 우려해 항공기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13일까지 내기로 했던 사임계도 공식 제출되지 않았다.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스리랑카 국회의장은 고타바야 대통령의 사임계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마힌다 의장에게 자신의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면 사임계를 내겠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스리랑카 정계에서는 그가 대통령 면책 특권을 사용하기 위해 사임계 제출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전날 대규모 시위를 벌였던 반정부 시위대는 국회가 정권 교체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일단 대통령 집무실 등의 점령을 풀기로 했다.
시위대의 지도부인 데빈다 코다고데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발적으로 관공서 점령을 풀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은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대규모 시위가 재발할 것을 우려해 이날 정오부터 15일 오전 5시까지 콜롬보 일대에 통행 금지령을 발동했다.
군과 경찰은 성명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이 예고되면서 반정부 시위대와 군경이 다시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주 스리랑카 한국 대사관은 교민들에게 시위 장소나 다수의 인파가 밀집된 장소의 방문 등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연락망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경제난에 시달리던 스리랑카 시민들은 지난 9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일으켰고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등을 점령했다.
대규모 시위에 고타바야 대통령은 공군 기지로 대피했고 지난 12일 군용기를 타고 인근 몰디브로 도피했다.
그는 몰디브로 가며 자신이 임명한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지명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지난 9일 대규모 시위 당시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전날 대통령 권한을 발동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시위대는 총리 집무실을 점령하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를 막아선 경찰과 충돌,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시위대의 반발에도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대통령 권한 대행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와 새 정부 출범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