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신음' 태평양 섬나라들, 국제사법재판소에 SOS(종합)
태평양제도포럼서 "ICJ가 현재·미래 세대 권리 보호 위해 나서달라"
미 "어업·기후변화 분야 지원예산 3배 증액"…중국 강력 견제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는 태평양 섬나라들이 기후 변화 저지를 위한 노력에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지원사격을 요청할 예정이다.
13일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지 수도 수바에서 14일까지 열리는 태평양제도포럼(Pacific Islands Forum)에서 회원국들은 "기후변화 영향으로부터 현재와 미래 세대의 권리를 보호해 줄 것을" ICJ에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것을 주요 안건 중 하나로 삼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주제는 그간 바누아투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사안이다. 바누아투는 태풍에 따른 이재민 피해와 해수면 상승이라는 기후위기 '이중고'를 겪는 대표적인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다.
마르크 아티 바누아투 외교장관은 "호주와 뉴질랜드 등이 한목소리로 동참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번 포럼에서 이번 안건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를 확보한 뒤 9월 유엔 총회에서 국제사회 전체 차원의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ICJ의 의견은 구속력을 갖진 않지만,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AFP통신은 내다봤다.
이번 포럼에서는 "이 지역 어업·기후변화 분야 지원 예산을 기존의 3배로 증액하겠다"는 미국 발표도 주목을 받았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화상 회의에서 "불법 조업 방지, 해양 안보 강화, 기후변화 문제 해결 등을 위한 태평양 도서 지역 자금 지원을 10년간 연간 6천만 달러(약 783억원)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보다 3배 늘어난 규모다.
미국은 또 키리바시와 통가에 대사관을 설치하고, 사상 처음으로 PIF를 전담하는 특사를 지명키로 했다.
태평양 제도 포럼 회원국은 일제히 반색했다. 포럼에는 호주, 뉴질랜드, 쿡 제도, 피지, 투발루, 니우에, 솔로몬제도, 통가, 파푸아뉴기니, 팔라우 등 1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바이든 미 행정부가 태평양 지역 내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수랭걸 휩스 팔라우 대통령도 "미국이 돌아왔다. 이곳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때로 서방과의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잊히곤 했는데, 미국의 (이런)행보는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지원예산 증액 결정은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중국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4월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하는 등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역내 국가와 접점을 늘리고 있다. 5월에는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파푸아뉴기니, 사모아, 피지 등 10개국을 순방해 외교장관회의를 열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국가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국제 질서를 훼손하는 나쁜 국가들에 맞서 꿋꿋이 일어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해리스 부통령 연설 도중 중국 대사관 측 인사 2명이 언론사 기자인 것처럼 취재석에 앉아 있다가 영국 가디언지 기자에게 발각돼 회의장 밖으로 쫓겨 나는 소동도 있었다.
가디언 기자는 "왕이 외교부장 방문 당시 내 질문을 막던 사람 중 1명이 그 자리에 앉아 있어서 얼굴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이들 2명의 신원은 중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국방무관들로 확인됐다고 가디언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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