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돈 빌려준 中 은행에 투자자 '불안'…채권 팔자 행렬
국제 투자자, 우크라전쟁 이후 中금융기관 채권 35조원 이상 매각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국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중국의 정책금융기관 채권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책금융기관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 기관의 채권을 처분하는 '팔자' 행렬이 대대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국제 투자자들이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270억 달러(약 35조5천억 원) 상당의 중국 정책금융기관 채권을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제 투자자들이 보유한 중국 정책금융기관 채권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WSJ은 중국개발은행이나 중국수출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발행한 위안화 채권은 수년간 국제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투자대상이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국채만큼 안전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의 정책금융기관들이 러시아에 막대한 돈을 빌려준 사실이 국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요인이 됐다.
미국이 각종 경제 제재 대상인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자에까지 칼을 겨누는 '세컨더리 제재'를 결정할 경우 중국 금융기관들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WSJ에 따르면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의 경우 러시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두 은행은 지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러시아 국경 기업과 금융기관에 모두 730억 달러(약 95조9천억 원)를 대출했다.
두 은행은 지난해 말에도 합동으로 25억4천만 달러(약 3조3천억 원)를 러시아의 에너지사업에 대출하는 등 최근까지 꾸준하게 러시아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투자회사 애버딘의 중국 지점을 이끄는 에드먼드 고는 중국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는 것은 지정학적인 위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중국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도 중국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 금융기관 채권의 팔자 분위기는 러시아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 등 복합적인 요인이 위안화 표시 채권에 대한 팔자 분위기를 조성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기준으로 미국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3.10%로 중국개발은행 채권 수익률(3.08%)을 넘어섰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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