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중동 방공망 추진…이란 "긴장만 고조" 반발
바이든 중동 순방 때 논의 가능성…아랍 9개국 후보지 거론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중동 지역에 방공망 도입을 추진하자 이란이 긴장감만 고조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공 방어체계 구축 후보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요르단, 이집트 등 이란 서부에 있는 국가들이다.
레이더와 탐지기, 요격기로 이뤄진 방공망은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 중거리 방공망 '다윗의 돌팔매' 등을 개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방공망 확립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과 맞물려 추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3∼16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
이와 관련해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프로그램은 이미 가동 중이며, 이스라엘과 다른 국가들을 공격하려는 이란의 시도를 성공적으로 차단한 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의회는 이란 위협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과 아랍 9개국 간 방공망 통합을 추진하는 법안을 지난달 9일 제출한 바 있다.
이 계획이 알려지자 이란 외교부는 "지역 내 긴장만 고조시킬 것으로 본다"며 "안전과 안정성을 담보하기는커녕 균열과 갈등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이 오로지 중동 국가들을 분열하고 지역에 이란 공포증을 심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중동 지역 내 복잡한 역학관계를 고려하면 이란을 겨냥한 방어체계 도입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로이터 통신은 전망했다.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라크는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가 존재하는 데다 정치권도 이스라엘과 관계 회복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아랍에미리트는 특정 국가에 대항한 지역 군사동맹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미 내비쳤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도 계획에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중동 지역을 연구하는 야스민 파루크는 "중동 지역의 통합 방공망 구축 논의는 수년 전부터 있었다"며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비한 방공망을 도입하려면 중동 지역의 국가 간 불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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