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AI 반도체기업 리벨리온에 300억 투자…"외국산 의존 극복"
AI 인프라 전문기업들과 협업해 반도체 개발 전략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KT[030200]는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에 300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통해 사업 협력에 나선다고 6일 밝혔다.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으로, 이 분야에서 우수한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경쟁력을 갖춘 회사라고 KT는 소개했다. 2020년 9월 설립된 이 회사는 앞서 카카오벤처스·신한캐피탈과 서울대 기술지주, KDB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누적 1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KT의 이번 투자는 지난해 국내 AI 인프라 솔루션 전문 기업 '모레'에 이어 두 번째 AI 인프라 분야 전략 투자다.
◇ 모레·리벨리온 연계…초대규모 'GPU팜' 연내 구축
KT는 모레와 진행해온 사업 협력에 리벨리온이 동참하도록 해 차세대 AI 반도체 설계와 검증, 대용량 언어모델 협업 등 AI 반도체 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T는 그룹 차원의 AI 인프라·응용서비스와 모레의 AI 반도체 구동 소프트웨어,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역량을 융합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천 장 규모에 달하는 초대규모 'GPU팜'을 연내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GPU팜에 하이퍼스케일 AI컴퓨팅 전용으로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접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내 최초이자 순수 국내 기술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제공하는 'AI 풀스택' 사업자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KT는 리벨리온·모레와 협업해 개발하는 AI 반도체가 AI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복잡한 알고리즘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일 뿐만 아니라 GPU와 비교해 3배 넘는 에너지 효율과 저렴한 도입 비용이 장점이라고 KT는 강조했다.
이런 AI 반도체를 KT가 추진하는 모빌리티와 금융디지털전환(DX)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하고, 국산 모델의 사업 평판(레퍼런스)을 바탕으로 글로벌 판로 확보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KT는 "앞으로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등 다수 영역에서 수요가 증가할 NPU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할 것"이라며 "기존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국내 주요 기업, AI 스타트업, 대학교 등에 더욱 저렴하고 성능 높은 AI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시에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며 국가 AI 생태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AI 반도체 시장 입지 넓히고 엔비디아 GPU 의존도 낮출 것"
KT는 한국의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설계전문기업) 분야 점유율이 1% 수준에 그쳐 대기업과 팹리스 스타트업의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등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26조7천억달러(약 3경5천조원)에서 2030년 117조9천억달러(15경4천600조원)으로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KT는 이런 현실에 대응해 AI 반도체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사업 기회를 확보하며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성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AI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서 외국산 GPU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KT에 따르면 현재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의 GPU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대부분의 AI 서비스·솔루션이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tecture)를 기반으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CUDA를 지원하지 못하면 GPU의 AI 연산 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KT는 부연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국내 AI반도체 분야의 선두주자인 리벨리온이 KT와의 협업을 통해 엔비디아와 퀄컴과 같은 글로벌 팹리스 기업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투자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우수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는 "국내 첫 번째 전략적 투자자로서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 분야 강자인 KT와의 협업은 새로운 성장과 사업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서 "순수 국산 기술력이 글로벌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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