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거래 사전신고 의무폐지…기존 외환법 폐기하고 새로 만든다
정부, 신외환법 제정 추진…해외 송금·투자 편의성 제고
업권별 외국환 업무 범위 조정 검토…법령 체계도 단순화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A씨는 해외 취업에 성공한 아들에게 6만달러를 송금하기 위해 대외지급수단매매를 신고했다. 송금을 위해 A씨는 관계 기관에 최소 11개 이상의 서류를 제출했다.
태국 소재 기업의 지분 50%를 취득한 B 기업은 추가로 출자할 때 사전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매년 사후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자본거래 시 사전신고 등을 규정한 기존 외국환거래법을 폐기하고 23년만에 새로운 외환법을 만든다.
외화 등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사전 신고를 폐지해 외환거래와 투자를 하는 데 있어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는 5일 '신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해외 송금 및 투자에 대한 수요가 그간 증가해왔으나, 여전히 외환거래를 하는 데 있어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신고 절차가 복잡해 부지불식간에 법규를 위반하거나 해외 직접투자 시 매년 사후보고하도록 하는 등 기업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외환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자본거래 및 지급·수령 단계에서의 사전신고를 폐지한다.
사전에 인지를 못했을 때 중대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일부 거래에 대해서만 신고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법이 사전신고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사항을 열거했다면, 새로운 외환법은 미신고를 원칙으로 하고 신고대상을 열거하는 식으로 바뀌는 셈이다.
정부는 동일 업무·동일 규제 원칙하에서 개별 금융기관의 외국환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 증권사 등은 환전·송금 업무에 제한이 있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등에 규정된 금융기관들의 외국환업무는 허용하면서 필요한 규율 등을 부과하는 식으로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법령 체계도 전면 개편해 일반 국민의 외환법에 대한 접근성도 제고한다.
기존 조문 체계는 원칙을 명시한 뒤 예외와 예외의 예외를 덧붙이는 식이어서 매우 복잡했다. 금융기관들도 숙지하기가 어려워 매번 정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할 정도였다.
정부는 원칙-예외라는 구조로 법령 서술체계를 단순화한다.
단계적인 원화 국제화 기반 마련, 해외직접투자 규제와 거주자의 해외증권취득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외환법을 전면 개편하는 건 1999년 현행 외국환거래법을 제정한 이후 23년 만이다.
이번 신외환법 제정은 근본적인 규제 철학을 바꾸는 작업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과거 외환위기 트라우마 등에 따라 만들어진 '외화 유출 억제'라는 철학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외환거래 제도를 마련한다는 의미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원칙적 자유·예외적 규제'의 원칙에 충실하도록 외환거래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겠다"며 "거래 절차를 쉽고 단순하게 바꾸고 효과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위기 때 대외건전성 회복을 위한 조치도 실효성 있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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