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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처벌한다"…반체제 인사 반역죄로 옥죄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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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처벌한다"…반체제 인사 반역죄로 옥죄는 러시아
러시아 물리학자, 간첩 혐의로 체포 이틀만에 사망
한 언론인은 정신병원에 갇혀…아이스하키 스타는 돌연 징집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이 최근 반체제 인사들에 대해 '저인망식' 탄압에 나서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지난달 30일 시베리아의 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물리학자인 드미트리 콜케르 박사를 체포했다.
FSB는 양자 물리학·레이저 전문가인 그가 중국을 위해 간첩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인 학생들에게 강의한 적은 있긴 했다.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콜케르 박사는 병상에서 끌려 나와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인 모스크바의 감옥에 갇혔다. 결국 그는 이틀 뒤 숨졌다.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이론·응용수학 연구소의 과학자 아나톨리 마슬로프도 콜케르 박사와 같은 혐의로 FSB에 체포됐다.
푸틴 정권의 반대파에 대한 정치적 탄압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체포된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은 의외의 인물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실존적 위협이라고 지적한 '외부세계'와 관계가 깊은 인사들이다.
이에 대해 누구라도 처벌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유명인사를 본보기 삼아 노골적인 탄압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30일에 벌어진 경제학자 블라디미르 마우의 체포였다.
러시아의 가장 권위 있는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인 그는 러시아 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의 총장을 지냈다.
지난주에는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 이사로 재선되는 등 반체제 인사와는 거리가 한참 먼 인물이었다.
지난 3월에는 러시아 학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FSB는 그에게 사기 혐의를 씌워 잡아들였다.
이코노미스트는 "대학 내 광범위한 숙청 작업의 일환이자 기술 관료 엘리트에겐 오늘날 러시아에선 누구도 예외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마우가 러시아의 경제 체제를 보다 개방적이고 친서방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려 노력한 인물이었다며 이 때문에 정권의 눈 밖에 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NYT는 "러시아 학계에 남아 있는 이견을 없애기 위해 마우를 사기 사건으로 엮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푸틴 정권의 마구잡이식 탄압은 시베리아 지역 언론인 마리아 포노마렌코의 사례에서 정점을 찍는다.
포노마렌코는 수백 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극장에 대한 러시아의 폭격에 관한 게시물을 텔레그램에 올렸다는 이유로 4월 체포된 데 이어 급기야 정신병원에 보내졌다.
포노마렌코는 러시아 군대에 관한 가짜 정보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10년 형을 받을 수 있다.
올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반 페도토프도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카우트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와 계약하고 이달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그는 징집돼 러시아 해군 훈련 기지에 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병역 의무 위반이다.
NYT는 페도토프가 자국 리그에 남지 않고 미국에서 뛰기로 선택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옛 소련 비밀경찰인 KGB의 후신인 FSB는 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더욱 억압적으로 변했다"며 "법원과 경찰을 통제하고, '극단주의자'와 '배신자'를 제거하며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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