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물리학자, 스파이 혐의로 체포 이틀만에 사망
러 정보기관, 중국서 한 강연 문제 삼아…암 투병 중 병상서 감옥행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러시아에서 암으로 투병하던 물리학자가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지 이틀 만에 사망했다고 로이터와 AFP 통신 등이 4일 유족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시베리아의 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물리학자 드미트리 콜케르(54) 박사를 체포했다.
FSB는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콜케르 박사를 병원 병상에서 끌어내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인 모스크바의 감옥으로 데려갔다. 결국 그는 이틀 뒤 인근 병원에서 숨졌다.
FSB는 양자 물리학·레이저 전문가인 그가 중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가족은 그 가능성을 완강히 부인했다.
조카 안톤 다이아노프는 로이터 통신에 "그는 과학자였고 조국을 사랑했다. 여러 유수 대학과 연구소에서 와서 일해달라고 초청했지만 조국에 남았다"며 "아픈 사람에게 씌우기엔 너무 잔인하며 정말 말도 안 되는 혐의"라고 주장했다.
FSB가 콜케르 박사가 중국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한 강연을 문제 삼았는데 강연은 FSB가 승인한 내용이었고 FSB 요원이 당시 중국 출장을 동행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가 최근 몇 년사이 여러 러시안 과학자를 외국인에 민감한 정보를 넘겼다는 이유로 체포했는데 근거 없는 피해망상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아들 맥심 콜케르는 "FSB가 아버지를 죽였다. 그들은 아버지의 상태를 알면서도 병원에서 데려갔다"며 "가족에게 작별 인사조차 허용하지 않은 조국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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