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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매매 시장 침체 장기화…부동산 중개업소 '악'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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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매매 시장 침체 장기화…부동산 중개업소 '악' 소리
1∼5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비중 역대 최소·최저
전국 교환 거래 최다…5월 서울 직거래 비중 20%대로 '쑥'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아파트 매매 시장이 극심한 '거래 절벽' 지속으로 역대급 침체 수렁에 빠졌다.
반면 사실상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는 아파트 교환, 증여, 직거래, 임대차 재계약 등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며 공인중개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 2006년 통계 집계 이래 전국 아파트 매매 최소 기록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5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신고 일자 기준)는 15만5천987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같은 기간 기준으로 가장 적었다.
연도별로 5월까지 아파트 매매량이 20만건을 밑돈 것은 올해와 2012년(19만4천332건), 2019년(16만2천961건) 등 세 차례다.
특히 올해 매매 건수는 지난해(31만5천153건)의 '반 토막' 수준이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같은 기간 7천917건으로, 작년(2만5천159건)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5월까지 1만건을 하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또 서울의 주택 유형별 매매 현황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들어 5월까지 27.9%로 역대 최저치에 이르렀다.


반면 서울 주택 매매에서 빌라(다세대·연립주택)가 차지하는 비중은 61.5%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이 큰 빌라보다도 아파트의 매매가 더 적은 상황은 서울에서 1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를 보면 빌라 매매 건수(계약 일자 기준)는 작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8개월 연속 아파트 매매 건수보다 많았다.
지난달의 경우 거래 등록 신고 기한(거래후 30일간)이 남은 상황이지만, 이날까지 빌라 매매 건수(1천960건)가 아파트 매매 건수(667건)의 약 3배에 달했다.
집값 급등으로 대출·세제 등의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된 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금리 인상과 올해 들어 더욱 커지는 경기 침체 우려가 중첩된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8월(4천64건)부터 올해 2월(814건)까지 6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지난 3월(1천437건) 증가로 전환된 뒤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4월(1천752건)에는 증가 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지난 5월(1천737건)에는 금리 인상 압박과 경기 침체 우려로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면서 전달보다 매매량이 줄어 아파트 시장이 다시 침체 분위기로 반전됐다.
서울과 비슷한 매매 추이를 보이는 경기 아파트 시장 또한 지난 5월(5천755건)에 전달(6천674건)의 매매 건수를 넘어서지 못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아파트 시장이 완전히 침체 국면에 빠진 뒤 규제를 풀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국민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묶인 상황에서 시장 침체기에는 세수 감소, 민심 이반, 건설 경기 위축 등 모든 것이 다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윤석열 정부가 집값 반등을 우려해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데 정권의 최대 위기는 부동산 거래 시장 침체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중개업계 "매매 꿈도 못 꿔"…특이 거래 증가에 이중고
아파트 매매가 끊기다시피 하고 특이 거래는 늘면서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는 꿈도 못 꾸고 겨우 임대차 계약 한두 건 성사시키는 상황"이라며 "물가는 급등하는데 지난해 10월부터 부동산 중개보수 상한은 최대 절반 가까이 낮아져 중개업소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인중개사 개업은 1월 1천993건, 2월 1천480건, 3월 1천499건, 4월 1천415건, 5월 1천253건으로, 대선이 있던 지난 3월 소폭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완연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작년 한 해 개업 건수는 1만6천806건으로 2013년(1만5천816건)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었는데 올해도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전날 서울 노원구에 있는 중개업소들은 문을 열지 않고 전화 응대만 하는 곳이 많았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하며 서울 25개 구 가운데 매매량이 가장 많았던 노원구는 올해 1∼5월에는 523건(부동산원 집계 기준)에 그쳐 강남구(1천5건)와 서초구(526건) 다음으로 적었다.
작년 같은 기간 매매량(2천465건)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락세인 아파트값은 최근 낙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하계동에 있는 한 중개업소 대표는 "하루에 문의 전화 한 통 없는 경우가 많다"며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계약을 2년이 아닌 4년마다 체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임대차 계약 중개마저 급감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는 교환, 증여, 직거래, 임대차 재계약 등의 특이 거래는 늘어나는 상황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전국적으로 아파트를 교환한 거래 건수는 207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거래 절벽으로 매매가 어려워지자 일시적 2주택자들이 비슷한 매물을 서로 맞바꿔 양도소득세 납부를 피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1년 유예한 데 이어 일시적 2주택자의 중과 배제를 위한 주택 처분 기한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지만, 아파트 거래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교환 거래가 성행할 여지가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1년 중과 유예와 일시적 2주택자의 중과 배제 기한이 2년으로 늘어나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지금처럼 거래 침체가 계속되면 결국 또다시 교환 거래가 늘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교환 거래와 마찬가지로 중개사를 통하지 않는 증여 거래도 늘었다.
지난 5월 서울아파트 증여 건수는 830건으로, 작년 7월(1천286건) 이후 가장 많았다. 보유세 과세 기산일인 6월 1일을 앞두고 전달(812건)보다도 건수가 늘었다.
서울에서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는 아파트 직거래 매매 비중은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이날 기준으로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직거래 매매 비중은 20.3%로, 관련 통계 공개가 시작된 작년 11월 이래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정부가 최근 임대료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인상하는 임대인을 대상으로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완화해주는 '상생 임대인' 제도를 발표하면서 기존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임대차 재계약도 증가하는 형국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차 재계약은 중개업소가 10만원 수준의 대필료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고객 확보 차원에서 대부분 무료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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