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비용 지원한다던 미 기업들…낙태반대 주지사 후원해 '논란'
아마존·디즈니·AT&T, 낙태 반대하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 후원
직원들 반발, 후원 중단 요구…아마존 1천800명 "기본권 위협에 행동하라"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미국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에 따라 직원의 낙태 시술비 지원에 나선 대기업들이 그간 낙태권을 반대한 정치인을 후원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아마존, 월트디즈니, AT&T 등은 미 대법원이 최근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자 직원의 낙태 의료시술 원정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州) 선거자금 기록에 따르면 이들 기업 또는 자회사는 그간 낙태권 제한을 주장하는 주지사를 후원해왔다.
빌 리(테네시), 그래그 애벗(텍사스), 론 디샌티스(플로리다), 영 킨(버지니아) 주지사 등은 이들 3개 기업 중 최소 1개 기업 혹은 해당 기업과 관련된 정치활동위원회(PAC·정치인과 정당의 합법적 정치헌금 조달 창구)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공화당 소속으로 낙태권을 금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기반을 둔 AT&T 텍사스 PAC은 2020∼2022년 애벗 주지사와 관련된 PAC에 16만5천달러(약 2억1천300만원)를 후원했다.
플로리다주의 주요 토지 소유주로 디샌티스 주지사의 주요 후원자인 디즈니는 2019∼2021년 자회사를 통해 최소 10만달러(약 1억3천만원)를 후원했다.
아마존은 2019∼2021년 리 주지사의 선거 캠페인에 2만5천400달러(3천300만원)를 후원했고, 지난해에는 자회사를 통해 영 킨 주지사의 캠페인에 12만5천달러(1억6천만원)를 냈다. 영 킨 주지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인물이다.
후원금 지원 사실이 밝혀지자 해당 기업 직원들은 반발했다.
아마존에서는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이미 1천800명에 달하는 직원이 "회사는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인한 기본권 위협에 대항해 즉각적이고 결단력 있는 행동을 취하라"는 내용의 탄원서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공적 인물에 대한 후원을 포함해 낙태 반대 문제를 지지하거나 방조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아마존의 한 매니저는 29일 "직원들이 제기한 내용을 회사 임원이 고민할 수 있도록 전달하겠다"고 밝히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인에 대한 후원은 사업상 이해관계 때문에 이뤄지는 일로, 이런 후원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 영역에서의 여론과 기업의 역할을 연구하는 제인 섬너 미네소타대 정치학과 조교수는 "대부분의 경우, 기업은 낙태권 문제 때문에 정치인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은 필요한 때를 대비해 정치인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후원한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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