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기업 협력·경제단체 회동…한일 관계에 훈풍 불까
SK㈜머티리얼즈·쇼와덴코 MOU…전경련·게이단렌 내달 회동
최태원 회장 민간외교 역할 톡톡…한일관계 해빙 무드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시작된 '한일 경제전쟁'이 올해로 3년째를 맞은 가운데 양국의 반도체 소재 기업 간 협력과 경제단체 회동이 잇따르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역사문제 등 근본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차가 팽팽하지만 민간 차원의 교류가 다시 활성화될 경우 해빙 무드가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소재기술 전문회사인 SK㈜머티리얼즈는 이날 일본 종합소재기업 쇼와덴코와 '반도체 소재 북미 동반 진출 검토'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MOU 체결에 따라 양사는 우선 미국 반도체 소재 시장에 대한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소재사업은 각국이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전략 자산화하는 대표 분야로 꼽힌다. 그만큼 외국 기업 간 정보공유나 협업이 쉽지 않은 분야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이번 MOU 체결을 계기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냉각됐던 한일 관계가 차츰 개선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일본은 2019년 7월 4일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처를 한 데 이어 8월 28일에는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에 한국이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한국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일본을 사실상 제외하는 방향으로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를 개정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랭됐다.
양국이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리면서도 그나마 교류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은 것은 민간 분야의 노력 덕분이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민간 외교활동이 이번 MOU 체결과 양국 관계 개선 무드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는 단순 사업협력을 넘어 일본 사회와 민간 차원 교류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최 회장 주도로 2019년부터 개최 중인 '도쿄포럼'이 대표적 사례다.
도쿄포럼에서는 매년 한일 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지식인, 기업인이 모여 동아시아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왔다.
최 회장은 또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해 미무라 아키오 일본 상의회장 등을 만나 양국 경제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특히 올해 11월 부산에서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를 여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 시마다 아키라 NTT 사장, 사토 야스히로 전 미즈호그룹 회장 등을 잇달아 만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분야의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일본의 기업인 단체 '게이단렌'(經團連)과 다음 달 4일 서울에서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연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1982년 양국 경제계의 상호 이해 증진과 친목 도모를 위해 이 회의를 만들었으며, 이듬해인 1983년부터 정례적으로 개최해왔다.
2020년과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열리지 않아 이번 회의는 3년 만에 개최되는 것이다.
이에 앞서 한일 양국 경제인들은 지난 5월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과 일본 도쿄 호텔오쿠라에서 화상으로 제54회 한일경제인회의를 열고 한일 경제협력 확대와 양국 정부 간 대화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과 도쿄를 잇는 김포∼하네다 항공 노선의 운항도 이날부터 재개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운항이 중단된 지 2년 3개월 만이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한일 양국 교류의 상징으로, 이번 운항 재개로 양국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여전히 어렵지만 민간 부문부터라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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