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필리핀 언론인 "매체 운영중단 통보받아"
두테르테 비판 앞장선 매체 '래플러'가 대상…"이의 제기할 것"
(호놀룰루=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는 28일(현지시간) 당국으로부터 정부 비판에 앞장서 온 온라인 매체 '래플러'의 운영중단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레사는 이날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열린 '2022 국제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사실을 위한 전쟁'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서 "간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다"면서 "사실상 운영중단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레사는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가 법인 인가를 취소하겠다는 기존의 결정을 유지하겠다고 28일자로 통보해온 것이라면서 "우리는 문을 닫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해 대비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맞춰나가고 조정하고 살아남고 번창할 것"이라는 래플러의 입장을 밝혀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래플러는 2012년 레사가 공동 설립한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다.
특히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며 강행한 초법적 처형을 강력 비판, 당국의 눈엣가시가 돼 왔다.
래플러를 통한 정부 비판이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의 주된 요인이 됐다. 레사는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의 공동 설립자 드미트리 무라토프와 표현의 자유 수호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레사는 이날 기조강연에서 "나는 7가지 죄목으로 기소돼 있고 래플러에 제기된 혐의는 더 많다"면서 끊임없이 진행되는 당국의 언론 탄압을 비판했다.
레사는 소셜미디어의 허위정보 방치도 비판했다.
그는 정보의 배포가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권위주의 정부가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사는 "분노와 증오가 가미된 거짓말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실보다 더 빨리, 더 멀리 퍼진다는 2018년의 연구가 있다"며 "미래의 뉴스를 이런 플랫폼들이 결정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게 사과라고 수없이 얘기하면 많은 이들이 사과라고 믿게 된다. 거짓말도 수없이 하면 사실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사는 올해 전세계에서 30개국 넘게 선거가 예정돼 있다면서 "온전한 사실이 없이 어떻게 온전한 선거를 치를 수 있겠나. 그럴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11월 중간선거를 치르는 미국과 10월 대선을 치르는 브라질 등을 거론하면서 사실 보도를 위한 언론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레사는 연말에 '독재자에 맞서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도 전했다. 책에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싸움'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번 행사는 미국 동서센터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해 호놀룰루 하와이컨벤션센터에서 '신뢰 없는 세계에서의 연결'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부터 3박 4일간 진행되는 행사에서는 전세계에서 참여한 언론인들이 언론의 신뢰 회복 방안과 언론인에 대한 물리적 위협의 증가 실태, 허위정보의 확산에 대한 대응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한다.
행사가 막을 내리는 30일에는 커트 캠벨 미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이 '미국과 인도태평양의 관계 구축과 신뢰 재건'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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