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책임묻는 독일…101세 나치 부역자에 5년형
법정 선 최고령 전범…강제수용소 간수로 근무한 죄
'억울하다' 항변…피해자단체 "'살인기계' 돌린 시스템 일부"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전쟁범죄에 가담한 남성이 70여년 만에 죗값을 치르게 됐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독일 법원은 28일(현지시간) 올해로 101세인 요제프 쉬츠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쉬츠는 지금까지 독일에서 나치 부역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중 최고령이다.
그는 20대 초반이던 1942∼1945년 독일 베를린 북부 오라닌부르크에 있는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 교도관으로 근무할 당시 수용소 내에서 벌어진 수감자 3천518명의 살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작년에 기소됐다.
1942년 소련군 포로들을 총살하거나 '지클론 B'라는 독성 가스를 이용해 수감자를 학살하는 것을 돕거나 방조한 것 등이 혐의에 포함됐다.
작센하우젠 수용소는 1936∼1945년까지 나치 반대파, 전쟁포로, 유대인, 동성애자 등 2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수감된 곳이다.
특히 수 만명이 강제 노역을 하거나 의료 실험에 동원돼 목숨을 잃거나 죽임을 당했고,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고 작센하우젠 기념관에 기록돼 있다.
그러나 쉬츠는 전날 열린 최종 변론에서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마지막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자신이 수용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했다고 지목된 기간에 농장 노동자로 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가 1942년부터 약 3년 간 강제수용소에서 근무했음이 드러났다며 그가 자신의 일을 매개로 대량학살을 자발적으로 도왔다고 적시했다.
다만, 100세가 넘은 나이를 고려할 때 그가 실형을 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 선고를 요구해온 변호인은 이번 판결에 항소할 예정이며, 최종 판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국제아우슈비츠위원회 측은 CNN에 "이번 판결은 (희생자들의)친지들을 위한 뒤늦은 보상이자 독일에서 나온 매우 중요한 신호"라고 반기면서도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사법 절차에 좀 더 속도를 내줄 것을 독일 법정에 촉구했다.
독일 유대인 단체인 유대인중앙위원회의 요제프 슈스터 회장도 "고령으로 인해 그가 형기를 다 채우기는 아마 어렵겠지만 판결을 환영한다"며 "강제수용소에서 일했던 수천명은 '살인 기계'가 돌아가도록 했고, 그 시스템의 일부였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스터 회장은 "피고인이 끝까지 자신의 행위를 부인하고, 아무런 유감도 표현하지 않은 것은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나치 시대에 집단수용소에서 근무한 교도관들이 기소되더라도 직접적인 가혹행위 증거가 나와야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지난 2011년 독일 법원이 강제수용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했던 존 뎀야누크(당시 91세)를 상대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데도 살인 조력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강제수용소 근무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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