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술집 의문의 집단사망 21명, 모두 십대…"압사 아냐"
사망자 13∼17세, 원래 술집 출입 자체 안 돼… "독극물 중독 가능성"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25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남부 항구도시 이스트런던의 한 술집에서 발생한 집단 사망 21명은 모두 십대로 밝혀졌다.
27일 현지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사망자들은 모두 13∼17세 청소년이다. 19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2명은 병원에서 혹은 병원으로 가는 길에 사망했다.
다만 이날 오후 현재 아직도 시신 3구에 대한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미스터리한 사망 원인은 압사가 아니라는 잠정적 결론이 나왔다,
당국과 시신을 눈으로 확인한 친척은 외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채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관련 영상에는 술집 바닥에 사망자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고 소파와 테이블에도 희생자들이 움직이지 않은 채 엎어져 있는 모습 등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들이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고 혹은 연기 같은 것을 들이마셔서 사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독극물 중독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감식반이 투입돼 독극물 분석 보고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공에서 18세 미만 음주는 금지돼 있는데도 버젓이 이들이 출입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됐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16세 소녀는 익명으로 BBC방송에 "공짜 술을 나눠주고 연령 제한도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며 "우리도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픽픽 쓰러지길래 폭음을 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처음에 생각했다"면서 "(놀란) 나를 포함해 다른 많은 사람이 창문으로 도망쳤다. 내 친구들이 죽어서 우리 모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사람들로 가득 찬 술집에선 최근 학교 시험이 끝난 것을 기념해서 십대들이 모여 파티를 했고, 생일 파티 모임도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에뇨베니라는 이 술집은 이스트런던 흑인 타운십(집단 주거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스트런던이 위치한 이스턴케이프주(州)의 주류협회는 문제의 술집을 사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영업 정지시켰다. 술집 주인은 "이런 일이 터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면서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18세 미만 금주인데도 이 같은 행태가 벌어진 데 대해 개탄했다. 남아공 주류협회는 십대에 대한 음주 판매는 형사 기소 대상이라고 밝혔다.
폭음 문화가 있는 남아공에선 음주로 인한 사고가 드문 편이 아니지만 이번에 대형 참사가 터져 사회적으로 충격이 크다.
현장을 방문한 베헤키 첼레 경찰장관은 브리핑을 하려다가 십대들이 한꺼번에 많이 숨진 데 대해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변에 있던 희생자 부모와 주민들도 눈물바다가 됐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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