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인세율 인하는 세제 정상화…세수 2조∼4조 감소 예상"(종합)
"한국 법인세 지나쳐…대기업 감세 아니라 기울어진 세제 운동장 바로 잡기"
조세연 "법인세 최고세율 10년 새 OECD 19→9위…과세체계 OECD서 가장 복잡"
"과거 법인세 내렸을 때 기업의 투자·고용·배당 늘어나지 않았다"…반대 의견도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는 정부가 '부자 감세', '대기업 감세'라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 박지훈 법인세제과장은 2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법인세 과세 체계 개편 방안' 공청회에서 "이번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기로 한 가장 큰 목적은 법인세제 정상화"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법인세를 지나치게 많이 걷고 있으며, 과도한 세 부담과 규제가 이어질 때 우리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005930]의 경쟁사인 대만 TSMC는 20%의 세율을 부담한다"며 "세제 측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또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눠서 비판하는 이분법적 사고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세 부담은 결국 주주나 소비자에 전가되는데, 삼성전자 주주 504만명이 모두 '부자'라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위 1% 법인이 84%의 법인세를 내고 있으며, 법인의 약 절반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구조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수 감소에 대한 지적에는 "세율을 인하하더라도 법인세수는 지속해서 증가해왔고, (법인세율을 인하한) 이명박 정부 당시 세수가 감소한 건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정부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2조∼4조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는 최고세율 인하 자체만 놓고 추산한 수치로, 실제 세수 효과는 세법 개정안에서 과표 구간 조정이 확정돼야 알 수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과세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빛마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재정전망센터장은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을 통해 현행 4단계 누진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누진세율 구조는 기업의 성장 유인을 저해하고 조세 회피 목적의 기업 분할 등 비정상적 행태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으며, 국제 표준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세연에 따르면 현재 OECD 38개국 가운데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이 4단계 이상인 나라는 우리나라와 코스타리카 2곳뿐이다.
미국·영국·독일·스웨덴 등 24개국은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일본·호주·프랑스·캐나다 등 11개국은 2단계 세율을 적용한다.
법인세 최고세율(25%) 역시 OECD에서 9번째로 높은 수준인데, 우리나라의 OECD 내 법인세 최고세율 순위(국세분 기준)는 2011년 19위에서 2021년 9위로 10년 만에 10계단 올라갔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안고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높은 법인세율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 역시 "이론적으로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투자·고용 확대 효과는 명확하다"며 "법인세율 1%포인트 인하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0.21%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세율 인하에 따른 단기적 세수 감소는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총 국세 수입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5%에 달했고, 올해 법인세수는 100조원을 넘어 전체 세수의 ¼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 잠재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법인세 감세는 바람직하지만,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는 법인세 감세만 하기보다 부가가치세·소득세 등 소비세 증세나 탄소가격제 강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만 낮추는 건 미완성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법인세율 인하를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법인세를 내렸을 때 기업이 투자를 하거나 고용·배당을 늘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지금 경제도 투자가 늘어나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과세표준 5천억원 이상 구간에서 법인세 유효세율이 오히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데, 법인세를 내리면 이런 유효세율 역전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환원하고, 과표 구간도 단순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기업 배당소득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됐다.
정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정연구팀장은 "국외 배당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방지 장치를 세액공제에서 과세 면제로 전환하는 경우, 배당 유입 등의 경제적 효과와 조세조약과의 상호작용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외 배당 소득이 과세 면제로 전환되면 국내 자회사의 배당 소득에 대해서도 이에 부합하는 변경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이중과세 문제가 지적된 배당소득 과세 제도를 국제 기준에 맞춰 개편하기로 했다.
특히 해외에 진출한 기업 자회사가 국내로 배당하는 소득은 과세 방식을 거주지주의(거주지 기준으로 과세)에서 원천지주의(해외 소득에 대한 과세는 면제)로 변경한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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