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치, '주피터' 대통령 단독 주연에서 '의회의 시간'으로
마크롱, 극우성향 르펜 등 야당대표 회동 시작…총리 사임은 반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왕 '주피터(Jupiter·제우스)에 비유되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제는 야당과 권력을 나눠야하는 처지가 됐다.
정치 무대 스포트라이드를 독점하던 마크롱 대통령이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의회는 거수기에서 공동 주연으로 위상이 급상승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 후 집권 2기에서는 '의회의 시간'에 적응해서 야당들과 협치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대통령과 의회 임기는 거의 일치한다.
감세, 연금 개혁, 정년 연장 등의 공약 실행을 위해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연정을 하거나 사안 별로 지지세력을 확보 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 노력의 일환으로 21일(현지시간) 야당 대표들을 대통령궁으로 초청해서 잇따라 만난다.
19일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르네상스당을 포함한 범 여권 '앙상블'이 과반(최소 289석)에 한참 못미치는 245석을 얻는 데 그친 성적을 받아든 뒤 첫 행보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 후에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첫 순서는 이번 선거에서 61석을 차지하며 제4당이 된 우파 공화당 대표다.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공화당을 잡으면 의회 장악이 가능하다. 공화당은 최근 쇠락하는 양상이었으나 이제는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 손을 내미는 '1순위 동맹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좌파연합 '뉘프'에 참여한 사회당, 공산당의 대표를 만나고 마지막으론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NR) 대표와도 면담한다.
장뤼크 멜랑숑(70)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아직 일정이 없다.
멜랑숑 대표가 이끄는 좌파연합 '뉘프'는 제1야당에 등극했다.
프랑스 정치 지각변동을 두고 일각에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에게 야당과 협상은 낯선 일이다. 지난 총선에선 350석으로 압승하면서 권력을 틀어쥔데다가 개인 성격까지 더해져서 거만하다거나 제왕적이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프랑스 정치 자체도 지난 20년간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등 연정이 일반화된 독일 등과는 다른 분위기다.
게다가 '반(反) 마크롱'을 내세운 야당들은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멜랑숑 대표는 7월 초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정책발표를 할 때 불신임투표를 제안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르펜 대표는 막강한 하원 재정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제1 야당 몫이다.
프랑스에서 외교는 대통령의 영역이지만 국민연합(NR) 의원들이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활약을 할 수도 있다.
공화당도 이미 야당으로 남겠다고 선을 그어놨다. 다만 사안별로 협상하며 몸 값을 최대한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도 보른 총리의 사의를 반려하는 등 물렁하게 당하진 않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국내 정치기반이 약화하며 해외에서도 프랑스 외교와 마크롱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FP통신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 퇴임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리더로 여겨졌으나 이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에게 자리를 비켜줘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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