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전자' 삼성전자 주가 바닥은 어디?…30% 조정에도 약세
외국인 매도 행렬에 보유율 6년만에 50% 밑돌아
실적 양호 속 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 인상에 추가 하락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이미령 기자 =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005930]가 20일 5만8천원대까지 저점을 낮췄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 주가는 5만8천100원으로 작년 8월 5일 장중에 세운 직전 고점(8만3천300원)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이는 2020년 11월 4일 이후 장중 최저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에 속절없이 밀려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는 거시 경제 환경과 유동성 악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저점을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삼성전자, 고점 대비 30% 조정…왜 빠지나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기업 자체의 기초여건(펀더멘털) 측면보다 거시 환경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전 세계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외국인이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을 회수하면서 수급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7조9천47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율은 49.97%로 2016년 4월 28일 이후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이 기간 기관투자가도 6조6천94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가 14조4184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외국인과 기관 매물을 받아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은 모멘텀 없이 저평가되는 구간에 있다"며 "1총 1위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세는 한국 증시를 파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올해 삼성전자가 작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으나 거시 경제 환경 악화 탓에 실적 눈높이를 낮추는 추세다.
DB금융투자는 우선 삼성전자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319조2천억원과 59조7천억원으로 작년보다 각각 14.2%, 15.7%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60조7천억원에서 58조3천억원으로 4% 하향했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49조7천억원에서 40조8천억원으로 18% 낮춰 잡았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의 경우 유진투자증권은 기존 16조3천억원에서 15조원으로 하향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기존 14조9천180억원에서 14조8천910억원으로 0.2% 낮췄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 하락 배경에 "거시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 실적 전망치에 대한 시장 신뢰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지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실적 추정치 조정이 큰 폭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수요는 매크로(거시 경제)와 연결된 상황에서 미국 침체 우려가 제기돼 영향이 클 것'이라며 "매크로 자체가 좋지 않으면 신흥국을 더 부정적으로 보고, 신흥국 지수에 편입이 돼 있는 한국을 보수적으로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도 "하반기 전 세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에 따른 수요 약세로 메모리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주가 바닥은?…"거시 환경에 좌우"
삼성전자 주가 바닥이 어디인지에 대해선 선뜻 방향을 제시하는 전문가가 없다. 거시 경제 여건이 급변하면서 증권사들이 제시해온 삼성전자 주가 전망치가 번번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로 거시 환경을 꼽으면서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 움직임으로 우리나라 증시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가고 있어 삼성전자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저점에 가까운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승우 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보면 1.1∼1.2배 수준으로 저점에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 달 전만 해도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8%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40년 만에 상황"이라며 "금리도 인플레이션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어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 주가가 계속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거시 경제 상황을 고려한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주가에 더 반영돼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하기는 어려운 국면이라는 것이다.
DB금융투자는 메모리 가격 하락분을 반영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만7천원으로 하향하면서 주가가 주가수익비율(PER) 8.2배 수준으로 최저점에 있다며 매수를 추천했다.
노 센터장은 "2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되면 주가도 바닥을 잡을 것으로 본다"며 "잠정 실적은 시장 기대치보다 낮아지겠으나 환율 효과도 있어 내년까지는 긍정적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주가 반등 시기는 중국 수요 개선이나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경기 침체 우려가 잦아든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
서 연구원은 "경기침체를 완전히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주가는 더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중국 소비가 증가하는 게 보이면 기술주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유럽, 미국 경제까지 돌아서면 반등이 확실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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