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경제 '삼재'…인플레·미 금리인상·경기둔화에 난타
국채금리 상승·자본탈출 속 '국가부도 돌림병' 우려
"언제까지 고요할지 몰라…팬데믹 때보다 지금 더 위험"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신흥국 경제가 성장세 둔화, 치솟는 물가, 금리 인상 때문에 본격적인 부채 위험에 빠져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흥국들의 국채금리 급등과 자본탈출 추세을 주목하며 18일(현지시간)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투자자들이 더 안전한 이익을 위해 취약한 국가의 자산을 버리는 현상을 두고 주목됐다.
시들해지는 글로벌 성장 전망, 높은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긴장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위기의 불을 댕겼다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199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인상했다.
이는 신흥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자본 유출을 가속함으로써 신흥시장의 부채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가중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브라질 화폐 레알과 칠레 페소는 지난 17일 달러 대비 3% 급락했다. 24개 신흥국의 주식 변동을 보여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도 4.7% 하락했다.
이런 위기가 당장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확산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부채가 많은 국가의 부담을 덜어주는 등의 노력이 없다면 위기는 확산할 수 있다고 경제학자와 투자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미 스리랑카, 잠비아, 레바논 등은 위기에 봉착해 대출을 제공하거나 부채를 재구조하는 등과 같은 국제적 지원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신흥국 부담은 올해와 내년 전 세계 경제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전 세계 경제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내년에도 둔화가 예상된다.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증가하는 금리가 미국 경제 성장을 좀먹고 있고,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게다가 중국 경제는 경제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초강경 방역규제인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런 난제에 끼어 있는 신흥시장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4.6%에서 3.4%로 내려갔다.
세계은행은 증가하는 식품 및 에너지 가격 영향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급속하게 늘어나는 이자상환 부담 때문으로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또 최근 낸 보고서에서 "금융 부실위험이 다른 나라로 확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신흥시장의 위기가 미국과 다른 선진국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뒤에 불거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국채 금리를 보면 23개국의 장기채 금리가 미국보다 8%포인트 이상 높은
국채 금리의 경우 23개국의 장기채 금리가 현재 미국 장기 국채금리보다 8%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금융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해당 국가의 수는 올해초 16개국에서 크게 늘어났다.
유럽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중남미의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가나, 모잠비크, 아시아의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이 이런 집단에 포함된다.
당연히 신흥국 채권 발행은 크게 떨어졌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현재까지 신흥시장의 채권 발행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 줄어들었다.
이를 통해 신흥국이 조달한 자금은 2천635억 달러로 2016년 이후 가장 가장 수준을 보인다.
경제학자은 글로벌 저금리 기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 전부터 이미 많은 나라에 부채가 과도했다고 지적한다.
WSJ은 현재의 상대적 고요함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은 신흥국의 부채 원리금상환을 2∼5년 유예해달라고 최근 주요 20개국(G20)에 촉구했다.
그린스판 총장은 "도미노 효과까지 낼 수 있는 중대한 부채위기 리스크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지금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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