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경기둔화에 스마트폰·TV 생산량 감축 움직임
"이자 부담·자산가치 하락에 전자제품 안 바꿔"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기훈 김철선 기자 = 원자재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등으로 전자 및 부품업계가 생산량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최근 TV 등 가전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의 주문량을 줄이거나 연기하겠다고 부품업체들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베트남 공장의 조업일수도 줄였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은 삼성 글로벌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을 만드는 최대 규모 생산기지로, 박닌과 타이응우옌에서 연간 1억5천만대 안팎이 생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불안, 수요 둔화, 펜트업(Pent-up·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 소멸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생산라인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오는 8월 갤럭시 폴더블폰 신제품이 나오면 베트남 공장 가동률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3천500만대 줄어든 13억5천700만대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당초 2억9천500만대에서 2억8천만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TV 등 전자제품 수요도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옴디아는 올해 전세계 TV 출하량을 작년보다 약 200만대 줄어든 2억1천164만대로 예상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고금리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주식 등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TV나 전자제품을 바꾸려는 수요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1분기부터 생산라인 가동률이 작년보다 조금 떨어지는 등 전조현상이 있었는데 전통적인 성수기인 하반기의 불확실성도 커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TV 등 완성품(세트) 수요 부진의 여파는 부품업체로 이어지고 있다.
생산공장이 있는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장기화 여파로 2분기에 직격탄을 맞은 디스플레이 업계는 하반기에 업황 개선을 기대했으나, 최근 다시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되면서 전국 TV 패널 출하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패널 업체들에 이어 국내 업체들도 출하량을 줄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부로 TV용 LCD 생산을 완전히 접었고, LG디스플레이[034220]도 TV용 LCD 패널 비중을 줄이는 분위기다.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부품 업체는 TV나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LCD TV는 확실히 작년보다 판매량이 줄고 있어 이에 맞춰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자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생활가전은 비교적 견조한 수요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생활 가전의 경우 수요 위축으로 인한 여파가 비교적 덜하다"면서 "특히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의 경우 프리미엄 수요가 비교적 견조한 편이라 가격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제품의 수요 위축으로 전자기기 핵심 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재고량이 최근 90일치 이상으로 늘었고, 하반기에는 소비자 제품용 MLCC 가격이 평균 3~6%가량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 스마트폰과 TV 등의 제품에 대한 수요 부진 우려가 점차 커지면서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에 대한 예상 실적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유진투자증권[001200]은 매크로 불확실성과 수요 부진 등을 이유로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존 60조7천억원에서 58조3천억원으로, 신한금융투자는 기존 62조1천억원에서 60조1천억원으로 각각 조정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의 거시 환경은 대다수의 사람이 경험해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상황"이라며 "스마트폰 사업부는 출하 감소, TV와 가전 등 소비자가전사업부도 수요 약화와 비용 상승으로 실적이 훼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천만대 이상 감소한 6천300만대에 그치고, TV 수요도 1분기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센터장은 "완제품 수요 둔화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메모리 출하도 결국 기존의 시장 예상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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