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내려라"…에콰도르 원주민들, 도로막고 방화 시위
유가 인상·IMF 방침 강제 등에 불만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남미 에콰도르에서 유가 인상을 비롯한 정부 경제 정책에 항의하는 원주민 단체들이 13일(현지시간) 도로를 봉쇄하고 타이어에 불을 지르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 주도로 진행된 이날 시위는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다.
원주민들은 지방에서 수도 키토로 이어지는 도로 곳곳에 흙더미와 나무를 쌓아 차량 통행을 막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타이어에 불을 질렀다.
수도 키토에선 원주민 단체가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학생이 충돌하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CONATE는 트위터를 통해 "하루 동안 전국 최소 16개 지역에서 도로 통제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원주민들은 기예르모 라소 정권이 유가 인상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이전 정부 시절인 2020년 5월부터 유가를 월 단위로 유가를 계속 올렸고, 이 때문에 민심이 크게 악화했다.
이에 라소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월별 인상 대신 유가를 갤런(3.78L)당 휘발유는 2.55달러, 경유는 1.90달러로 고정했다.
하지만 이 고정 가격도 높아 불만을 해소하진 못해 당시에도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6일 기준 에콰도르 정부에서 발표한 가격은 갤런(3.78L)당 휘발유 2.55달러와 경유 1.9달러로, 경유의 경우 2020년 1달러 수준에서 배 가까이 올랐다.
원주민들은 또 석유 등 광업 분야 추가 개발 중단과 소규모 농가의 부채상환 시한 연장 등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경제 정책 중 일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금융 지원에 대한 이행 사항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에콰도르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뒤 2020년 9월 IMF에서 65억 달러를 지원받기로 합의했다.
레오니다스 이자 CONATE 대표는 이런 IMF 방침을 국민에게 '강제'하지 말아 달라며 "(우리가) 고통스러워하는 시급한 문제에 대해 라소 대통령은 즉각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과격한 원주민이 경찰을 납치하거나 국가 시설물에 폭탄 테러를 하기도 했다"며 "석유 생산시설 등이 시위대에게 점령당하지 않도록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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