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고대 코끼리의 1만3천년 전 상아에 새겨진 최후
늦은 봄 160㎞ 떨어진 번식지 찾아 다른 수컷과 싸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고대 코끼리 '마스토돈'이 남긴 약 1만3천 년 전 상아를 통해 이동 경로와 짝짓기 경쟁 등이 자세히 드러났다.
미국 미시간대학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신시내티대학 고생물학 조교수 조슈아 밀러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시간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마스토돈 '프레드'(Fred)의 상아에 형성된 성장 띠를 분석해 얻은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프레드는 1998년 인디애나주 북동부 포트웨인의 한 가족농장에서 발굴돼 이 가족의 성을 따 '부스칭(Buesching) 마스토돈'으로도 불린다.
유연한 긴 코를 가진 장비(長鼻)류 동물의 상아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성장 띠를 갖는다. 나이테가 밖으로 생기는 것과 달리 안쪽으로 형성되는 차이는 있지만 1년간 먹고 마시는 식물과 물을 통해 주변 상황을 담는다.
연구팀은 약 3m에 달하는 오른쪽 상아의 중앙 부위를 세로로 얇게 잘라낸 뒤 현미경으로 작동하는 초소형 드릴로 각 성장 띠를 0.5㎜씩 떼어냈다. 이 시료들은 마스토돈의 1∼2개월에 해당하는 기간으로, 가루로 만들어 스트론튬(Sr)과 산소 동위원소를 측정했다.
스트론튬은 바위에서 흘러나와 주변 토양과 물에 녹아들고 식물이 흡수하는데, 상아 성장 띠의 스트론튬 동위원소를 파악해 관련 지도와 비교하면 이동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 또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대기 중의 산소 동위원소는 비에 섞여 내려 개천이나 연못 등에 남게 되고 이를 마신 마스토돈의 상아 성장 띠에 반영됨으로써 계절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따라서 두 동위원소의 측정값을 결합하면 마스토돈의 계절별 이동 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프레드의 청년기와 말년 성장 띠 시료를 각각 30여 개씩 채취해 두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프레드의 고향이 인디애나 중부지역으로, 아프리카 코끼리와 마찬가지로 청년기까지는 암컷이 이끄는 무리를 따라다니며 고향 주변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성체가 돼 무리에서 나와 독립한 뒤에는 한 달에 30㎞까지 이동하는 등 더 멀리, 더 자주 이동하기 시작했으며, 34세로 죽기 3년 전부터는 늦은 봄부터 초여름 사이에 매년 고향에서 160㎞ 가까이 떨어진 인디애나주 북동부까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상아 표면과 내부에는 상처가 나 있는데, 다른 수컷 마스토돈과 짝짓기 경쟁을 하며 상아로 밀기싸움을 하다 생긴 것으로 분석됐다.
프레드는 다른 마스토돈의 상아에 오른쪽 두개골이 찔려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시기 역시 늦은 봄부터 초여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밀러 조교수는 "스트론튬 동위원소 분석은 고생물과 고고학, 역사생물학은 물론 법의생물학에서도 정말로 유망한 도구로 번창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직 수박 겉핥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앞서 페어뱅크스 알래스카대학의 매튜 울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도 지난해 8월 털북숭이 매머드 상아의 스트론튬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1만7천100년 전 털북숭이 매머드 '킥'(Kick)의 생활사를 분석하는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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