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공포ㆍ패닉 시장에 '통제 가능하다'는 신뢰감 줘야
(서울=연합뉴스) 미국의 고물가 충격에 고강도 금리 인상 전망이 나오면서 13일 글로벌 증시가 '검은 월요일'을 보낸 데 이어 14일 코스피가 장중 2,500선마저 무너졌다. 미국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3.88%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 가까이 폭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76.05포인트(2.79%) 떨어진 30,516.74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 지수가 3거래일 연속 50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 증가 전망으로 심리적 저지선인 1,300원이 위협받고 있다.
지금의 금융 쇼크는 글로벌 물가상승 때문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 정부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5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40여 년만의 최대인 8.6% 상승을 기록했다. 미국 물가가 3월 8.5% 고점을 찍고 완화할 것이라던 시장의 전망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9.2%를 기록했다. 한국도 5월 소비자 물가가 5.4%로 1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상승세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5월에 22년 만의 최대폭인 '빅 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이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 연준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유럽중앙은행(ECB)도 물가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해 7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그러나 '인플레 파이터'를 자처한 한국은행은 빅스텝급 금리 인상도 쉽지 않다. 1천9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한국 가계 대출의 80% 가까이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가계의 원리금 상환액이 덩달아 커져 연체가 늘어나면서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빅스텝급, 혹은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을 이어가는데 우리만 소폭 인상으로 갈 경우 '금리 역전'이 이뤄져 한국 증시는 외국 자본 철수로 패닉에 빠질 수 있다. 코스피가 이날 장중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내주면서 추가 하락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식량ㆍ에너지 공급난,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물가 인상과 이에 따른 금융 쇼크의 유동성이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전쟁이 끝나도 미ㆍ중 패권 다툼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은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코로나 와중에 풀린 유동성도 그대로 남아있다. 고물가 속 경기침체인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가능한 모든 재정·통화정책 수단을 강구해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상황이 통제 가능하다는 신뢰감을 시장에 주는 것이 급선무다. 가계는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고 금리 상승에 대한 방어력을 높여야 한다. 기업은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물가 안정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도 기대해 본다. 민관이 협력해 지금의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내일은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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