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부담 가중…'출구전략' 염두 둔듯 애매한 태도
유럽, 승전 의심 속 우크라 "크림반도까지 수복" 강경론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속절없이 계속되자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유럽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장기 소모전을 두려워 한 유럽 지도자들이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듯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런 낌새는 유럽연합(EU) 쌍두마차인 프랑스, 독일 정상에게서 노출된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굴욕감을 줘서는 안 된다고 최근 두 차례나 말했다.
이는 협상을 염두에 둔 말로 풀이되면서 아직 타협 의사가 전혀 없는 우크라이나와 주변 동유럽 국가들의 반발을 샀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근처 국가들은 이번 전쟁의 본질은 유럽 안보질서를 해체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야심이라고 본다.
그 때문에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를 뛰어넘어 유럽과 서방의 문제이며 정전이 아닌 러시아의 굴복으로 마무리돼야 한다는 주장한다.
프랑스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원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여전히 그런 말을 전혀 꺼내지 않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애매한 태도 때문에 본심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가 이겨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일의 무기지원이 지연되면서 우크라이나의 불만과 의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독일 ZDF방송 인터뷰에서 숄츠 총리에게 어느 편인지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지를 재확인해달라"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고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외신은 마크롱 대통령, 숄츠 총리가 전세 변화에 따른 부담을 고려한 태세 전환의 전조로 해석한다.
NYT는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한 집단적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는 압박을 점점 더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그간 협상 방법과 시점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의 권한이라며 재정과 무기 지원에만 주력해왔다.
그러나 넉 달째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굵은 진전 없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자원만 써버리는 소모전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비축무기가 줄고 전사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주요 목표로 설정한 동부 돈바스 점령에 다가서고 있다.
러시아가 전쟁을 멈추도록 할 다른 방안인 경제제재도 최소한 현재까지는 뚜렷한 효과를 끌어내지 못했다.
유럽으로서는 애초 계획과 다른 이 같은 전세 변화가 점점 더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NYT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이 이르면 이번 주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다며 어떤 의제가 도출될지 주목했다.
유럽의 우려에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짐짓 더 강경한 태도를 내비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전쟁을 반드시 승리로 끝내야 하며 승리의 조건은 영토의 완전한 회복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날 동영상 성명에서 "우리가 크림반도를 해방할 것"이라고 이번 전쟁의 목표를 명시적으로 밝혔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남부 지역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올해 2월 24일 러시아 침공 전으로 영토를 수복한다는 그간 발언보다 한발 더 나아간 목표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을 꺾으려면 맞대응할 중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연장로켓 체계 300개, 탱크 500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표준을 따르는 곡사포 1천대를 지원 품목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요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 등과의 회동을 앞두고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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