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별 없이 못찾는 외톨이 블랙홀 중력렌즈 효과로 확인
배경 별빛 변화 단서로 블랙홀 존재 확인 가능 재입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대형 별이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초신성으로 폭발한 뒤 남게 되는 항성 질량 블랙홀은 우리 은하에만 약 2억 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강한 중력으로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짝별(동반성)의 물질이 빨려들 때 초고온으로 가열되며 X선을 방출하거나 드물지만 중성자 짝별과 충돌하며 중력파를 만드는 것을 단서로 존재를 확인한다.
최근에는 천체의 중력장을 거치며 배경 별빛이 굴절되고 더 밝아지는 이른바 '중력렌즈 효과'를 통해서도 짝별 없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블랙홀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되기도 했는데, 이를 다시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천문학 부교수 제시카 루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우리 은하 중앙에서 중력렌즈 현상을 일으킨 천체 'OGLE-2011-BLG-0462'(OB110462)에 관한 연구 결과를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했다.
OB110462는 빛 없이 검어 별은 아니었으며, 배경 별빛을 밝게 하는 중력렌즈현상이 300일 가까이 지속하고, 배경 별의 위치 왜곡도 10년간 장기적으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관측 가능한 중력렌즈 현상 중 1%만 블랙홀에 의한 것이지만 이 현상을 120일 이상 지속하는 천체는 40%가 블랙홀이라면서, 중력렌즈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는 것은 블랙홀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연구팀은 OB110462가 다른 별과 짝을 이루지 않고 우리 은하를 떠도는 블랙홀이거나 중성자별로,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처음 찾아낸 별의 검은 잔해라고 밝혔다.
루 부교수는 "중력렌즈 효과로 독립적인 작은 천체를 찾아낼 수 있었으며, 다른 방법으로는 볼 수 없는 이 암체에 대한 새로운 창을 열었다"고 했다.
이 천체는 명칭은 다르지만 지난 2월 미국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STScI) 천체물리학자 카일라시 사후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중력렌즈 효과로 찾아낸 블랙홀이라며 제시한 'MOA-2011-BLG-191'과 같은 것이다.
사후 박사팀은 이를 5천153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 중앙의 팽대부에 있는 태양의 7.1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항성급 블랙홀로 특정해 발표했다. 당시에는 정식 출간 전 논문을 수록하는 온라인 저널 '아카이브'(arXiv.org)에 공개됐지만 현재는 동료평가를 통과해 곧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실릴 예정이다.
다만, 루 박사팀은 독립적인 연구를 통해 이 천체가 약 2천280 광년에서 6천260 광년 사이에 위치하며 질량은 태양의 1.6∼4.4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블랙홀은 적어도 태양 질량의 2.2배가 넘는 천체여서 블랙홀이 되지 못한 중성자별일 가능성도 함께 포함시켰다.
루 박사는 "블랙홀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싶은 것 만큼 모든 다른 가능성도 밝혀야 한다"면서 "여기에는 질량이 낮은 블랙홀과 중성자별일 가능성도 포함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100일 이상 지속한 다른 4건의 중력렌즈 현상도 함께 분석했지만 모두 블랙홀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으며, 천문학자들이 추정해온 대로 우리 은하에 항성급 블랙홀이 약 2억개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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